방역강화 첫날 광주 번화가 썰렁…자영업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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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강화 첫날 광주 번화가 썰렁…자영업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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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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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중단 첫 날, 상무지구 인파 ‘뚝’
식당·클럽·술집 ‘한적’…폐·휴업 상가도 많아
밤 9시 계산대 ‘장사진’…귀가 아쉬워 배회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된 18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술집에서 ‘밤 9시 영업시간 종료’를 알리는 안내 화면이 표출되고 있다.                            /뉴시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된 18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술집에서 ‘밤 9시 영업시간 종료’를 알리는 안내 화면이 표출되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연말 대목은 글렀어요.” “겨우 9시 밖에 안 됐는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여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된 지난 1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 번화가.

정부는 전날 오전 0시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없이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식당과 카페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은 밤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거리두기 강화 첫 날, 두터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종종 오갔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평소 주말 저녁에 비하면 한산했다. 영하 7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까지 겹쳐 거리는 더욱 썰렁하고 스산했다.

새롭게 문을 열었거나 유명 가맹 프랜차이즈 술집엔 대부분 좌석이 가득 찼다. 매장 내 4명 이상 단체석은 없었고, 손님들은 대부분 2~3명씩 앉아 있었다. 어느 클럽엔 손님이 10여 명에 그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대조적으로 간판 조명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는 술집·식당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에 위치해 성업했던 어느 술집 유리창에는 ‘상가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30여 개 테이블 좌석 규모의 어느 주점엔 1시간째 손님이 4명 뿐이었다. 손님보다 수가 많은 종업원 7명은 마땅히 할 일 없자 매장 내 성탄절 장식을 설치하기도 했다. 다른 술집 종업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술집 출입구에 붙은 ‘오후 3시부터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연말 연시 대목 장사는 글렀다며 근심이 컸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서모(48)씨는 “주변 상인들 원성이 자자하다. 연말 연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감염 확산 방지 대책도 없이 확진자 폭증 추세에 맞춰 또 다시 방역 지침을 하루 아침에 바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난주 토요일 저녁 장사에 비하면 매출이 30%도 안 된다. 자영업자에게 또 다시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술집 업주 이모(28)씨는 “주말 영업 시작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5시로 앞당겼다. 그래도 영업 시간은 위드 코로나 시행 당시에 비하면 딱 절반인 4시간 뿐이다”며 “영업 시간에 비례해 하루 매상도 반 토막이 났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길 시간조차 애매하니 좌석 순환도 안 된다. 매상이 늘 수가 없는 구조다”며 “백신 접종율이 높아졌는 데도 위드 코로나를 일시 중단한 것은 자영업자에게 죽으란 이야기 밖에 안 된다”고 했다.

호프집 종업원 김모(27)씨는 “오늘은 아예 장사가 안 됐다. 지난 주 토요일엔 자정까지 결제 내역이 60여 건에 이르렀다. 오늘은 딸랑 4건에 불과했다”며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하나 고민이다”고 했다.

오후 8시 50분. 어느 감성주점 실내 전광판엔 ‘오늘 마감은 21시입니다’ 안내 문구가 나왔다. 일부 손님들은 술자리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매장 내 빠른 박자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일부 손님은 “술집이 너무 일찍 끝난다”며 업주에게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급히 술자리를 정리하면서 계산대 앞에선 때 아닌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술집 앞에선 시민들이 “룸 소주방도 문 닫나?”, “집에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오후 9시 남짓 무렵, 상무중앙광장엔 차마 집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한 청년들이 갈 곳을 잃고 서성였다. 인근 편의점에서구입한 술과 과자 등을 놓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도 눈에 띄었다.
광장 주변에서 승객을 태우고자 항상 길게 늘어서 있던 택시 행렬도 보이지 않았다.

회사원 박모(31)씨는 “백신 접종만 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정부 권고에 따랐지만 확진자는 오히려 늘고 방역 지침은 다시 강화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다”며 “상황이 심각한 수도권과 달리 지역 별로 영업 시간 제한 등 지침을 차등 적용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임모(23·여)씨는 “고등학교 동창 2명과 오후 7시에 만나 한창 이야기를 하다 술집에서 나왔다. 확진자 폭증 추이에 맞춰 방역 지침 강화는 이해한다. 하지만 오후 9시는 지나치게 짧은 것 같다”고 했다. 일행인 최모(23·여)씨는 “어렵게 1년 만에 만났는데 헤어지기 아쉽다”고 친구의 말을 거들었다.

직장인 전모(24)씨는 “문을 닫은 술집도 많고 거리가 한산한 편이다. 아쉽긴 하지만 방역 지침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2년 넘도록 코로나19가 계속 되다보니 이젠 그러려니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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