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조기에 논 · 밭두렁 태우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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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조기에 논 · 밭두렁 태우기 이제 그만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2.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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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소방서 이창119안전센터 팀장 강득구
[광주타임즈] 필자는 소방관이자, 겨울 산을 즐기는 등산 마니아다.

등산 도중에 곳곳에 보이는 흰 연기들을 보면 경치를 느낄 틈새도 없이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산과 인접한 곳에서 불이라도 보일 때는 산행을 그만두고 현장에 가보기도 여러 번이다.

현장에 사람이 없을 때는 젖은 나뭇가지로 끄곤 했지만 그날은 마침 사람이 있어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 장소는 자칫 산불로 번질 우려가 있어 꺼줄 것을 말씀드렸다.

물론 그는 나의 잔소리가 싫었을 것이며 늘 해오던 밭두렁 태우기 경험으로 이 정도의 불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밭두렁에는 마른 덩굴과 잡초들이 삽시간에 커다란 화염을 일으키며 솟았다 가라앉곤 했다.

이 밭두렁 바로 곁에는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과 마른풀들이 널려있는 곳이며 봄철 가뭄으로 발을 딛는 곳마다 바스락 소리를 내는 곳이었다.

다행히 큰바람은 없었지만 만에 하나 돌풍이라도 몰아치는 날에는 산불로 번져 삽시간에 산 전부를 태워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밭두렁이나 논두렁을 태우는 이유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을 비롯한 농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모든 잡충(雜蟲)을 태워버리는 행위며 대게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서 불을 놓는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요즘처럼 전국에 걸쳐 대형 산불이 일어나는 원인중 하나이고, 산불 발생원인은 입산자의 실화 43%와 함께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다가 산불이 발생한 경우가 17%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이렇게 발생한 산불 대부분은 2~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건조한 산기슭에 면한 밭두렁이나 논두렁 태우기는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영농 철이 다가옴에 따라 병해충 방제와 잡초 제거를 위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논 · 밭두렁 태우기는 잘못된 상식에 비롯된 것이다.

논둑의 경우 거미류 등 익충이 89%인 반면에 해충은 11%에 불과해 월동하고 있는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류 등의 피해가 커 오히려 방제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농업기술원의 교육이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인습적으로 행해온 과거의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논 · 밭두렁 태우기 습관을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달집 태위기, 쥐불놀이 등 대보름 행사 시 화재 발생의 우려가 높은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화재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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