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고병원성 AI 원인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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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고병원성 AI 원인 '오리무중'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1.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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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로부터 15㎞, 대부분 북상
'AI 청정지역'…신축 공장 밀식과 무관
부화장 통한 유입, 관리 허술 등 주목

【사회=광주타임즈】정재춘 기자 = 지난 24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의 한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30여 만 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에 직면한 가운데 '해남 AI'의 유입 경로가 미스터리화되고 있다.

26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곳은 해남군 송지면 마봉리 H농장.

민가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을 만 아니라 전북발(發) AI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가창오리 등 철새의 이동경로와도 거리가 멀다. H농장과 철새 도래지인 고천암과는 직선거리로 15㎞나 떨어져 있다. 지난 16일 H5N8형 AI가 국내에서 첫 발생한 전북 고창으로부터는 160㎞나 된다.

더욱이 고천암의 월동중이던 철새 대부분이 지난해 말부터 올 연초에 대부분 북상해 남아 있는 개체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AI가 철새에 의해 감염되고, 특정 농장내에서 자체 바이러스가 생성되기는 수의학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역시 궁금증을 더하는 대목이다.

해남이 AI와 인연이 없었던 사실도 의아스런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이후 2006, 2008, 2011년 등 4차례 AI가 발생해 600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닭·오리 주산지인 전남에서는 2003년 나주(오리), 2008년 영암(닭), 2011년 영암·나주·화순·장흥·여수·보성·담양·고흥 등 8개 시·군(닭·오리 등)에서 AI가 발생한 바 있다.

해남에서는 2011년 야생조류에서 AI가 검출되긴 했지만, 농장 감염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액면 그대로 'AI 청정지역'인 셈이다.

사육 농가나 마리수도 많지 않다. 오리는 64농가에서 26만마리를 키우고 있고, 닭은 451농가에서 137만 마리를 사육 중이다. 마리수만 놓고 보면 오리는 22개 시·군 중 9번째, 닭은 8번째다. 오리의 경우 나주에 비해 9분의 1, 영암의 7분의 1 수준이다.

AI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밀식과도 거리가 멀다. 도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H농장은 최근 샌드위치 패널로 축사가 신축됐고 시설도 좋아, 밀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가능한 원인으로 2∼3가지를 추정하고 있다.

우선, 사람에 의한 감염이다. 농장주 이모씨가 나주에서 부화장을 운영하고 있고 수시로 나주 부화장과 해남 종오리농장을 오간 점에 주목, 나주 부화장이 전북 농장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면밀히 파악 중이다.

기본적인 소독조치를 하고 있지만, 옷이나 신발, 모자 등에 바이러스가 들러 붙어 종오리농장으로 유입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대 수의학과 조경오 교수(조류질병학)도 "철새에 의해 AI라면 사실상 천재(天災)에 가깝다"며 "하지만 AI가 확산되는 것은 결국 사람에 의한 사례가 상당수인 만큼 철저한 예찰과 실질적 방역, 농가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술한 농장관리도 논란거리다. "H농장이 최근 자금난 등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열풍기 등을 가동하지 않아 온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는 방역 당국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농장관리 소홀로 면역력이 떨어진 종오리에 옮겨졌고 이 감염오리가 'AI 숙주'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AI가 몇년 간 발생하지 않으면 농가들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그 틈을 비집고 2∼3년, 길면 5∼6년 만에 재발할 수 있다는 'AI 주기설'이 현실로 확인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고천암 철새들이 북상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H농장을 감염시켰을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배제하지 않고 조사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H5N8형이 확진되면 원인은 몇가지로 압축될 수 있지만 신형으로 확인되면 유입원은 안갯 속에 빠질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방지를 위해선 매일 농장을 소독하고 외부인이나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적정 사육밀도를 준수하고, 사육시설에는 사료를 방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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