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동반자살' 윤리적 문제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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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동반자살' 윤리적 문제 도마위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3.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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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아닌 타살' 사회적 예방 시스템 마련 시급


광주에서 우울증을 앓아 온 가정주부가 자녀 2명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가운데 '자녀 동반자살'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자녀들까지 숨지는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들이 자녀를 살해하는 '타살'로 봐야 한다며 사회적 예방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2일 오전 8시1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A(42·여)씨가 아들(9), 딸(4)과 함께 뛰어내려 모두 숨졌다.

아파트 CCTV에는 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14층에서 내린 장면이 찍혀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들은 얼마 뒤 자신들에게 닥칠 불행을 모르는 듯 발랄한 표정으로 버튼을 누르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A씨의 남편은 "아내가 아침마다 아들을 초등학교에 등교시키고 딸을 유치원에 보낸 뒤 출근을 해왔다"며 "이날도 오전 8시께 가방 등을 챙겨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집을 나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 간 줄 알았던 아이들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아파트에서 추락했고 아들은 아파트 화단에서, 딸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A씨의 바지주머니에서 발견 된 유서에는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 아들과 신장질환으로 힘겨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딸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경찰은 우울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던 A씨가 생활고 등을 비관해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이 처럼 부모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자녀들이 희생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 한 해변에서는 40대 어머니가 10살 난 딸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자신은 살아남고 딸만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해 1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어머니와 딸 2명, 아들 1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2010년 8월에는 전북 정읍에서 우울증을 앓은 30대 부부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딸(3)을 데리고 투신해 숨졌다.

지난 2009년 12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부부가 15살 아들, 11살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으며 같은 해 4월에는 전남 해남에서 생활고를 고민하던 일가족 3명이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가족 동반자살이나 살해사건은 혈연이 중시되는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기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윤주창 강력팀장은 "의사 결정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반 자살한 경우 엄밀히 말하면 부모의 존속살해로 봐야 한다"며 "가족 동반자살은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살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도 "자녀를 권리가 없는 종속적 개념의 소유물로 판단하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사고 방식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본인이나 부부간의 갈등에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이며 이는 동반자살이라는 용어보다 친족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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