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경찰 눈썰미에 딱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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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경찰 눈썰미에 딱걸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3.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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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천장에 몰카 설치·빈집털이 등
5억대 금은방 절도범 여죄 15건 '들통'
자칫 미해결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수 건의 강도와 절도 사건이 경찰의 날카로운 눈썰미에 걸려들어 실체를 드러냈다.

3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한 금은방에 경비시스템을 해제하고 침입해 5억여원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 등)로 구속된 김모(38)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일 오후 형사과로 들어섰다.

경찰은 금은방 절도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점을 미뤄 또 다른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서 벌여왔지만 김씨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날 역시도 김씨의 여죄를 추궁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순간 강력 2팀 강광석 경위와 형사들의 눈이 번뜩였다.

형사들의 시선은 김씨가 그 동안 조사를 받으며 쓰지 않았던 안경에 집중됐다.

시력이 좋지 않아 평소 안경을 쓰고 다녔던 김씨는 지난달 26일 뒤를 쫓던 경찰과 20여 분간 추격전을 벌이고 가스총을 쏘며 격렬히 저항하던 중 안경이 깨져 경찰에 붙잡힌 뒤 안경 없이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같은 날 부인이 안경점에서 맞춰온 무태 안경을 쓰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

안경을 착용한 김씨의 인상착의가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고 판단한 형사들은 곧바로 광주에서 발생했던 미해결 강도 사건을 조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김씨가 지난해 4월 광주 광산구와 서구에서 발생했던 강도 사건의 용의자와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를 또 다시 추궁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계속해서 범죄 사실을 부인하던 김씨에게 당시 범죄 현장에서 확보한 CCTV 녹화자료와 사진을 내밀었고, 김씨는 그때서야 머리를 숙였다.

4일 만에 입을 연 김씨의 여죄는 화려(?)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22일 오전 3시40분께 광주 서구 모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A(당시 27·여)씨의 손가방(현금 10만원, 신용카드 포함)을 빼앗은 뒤 차량을 타고 달아난 사건의 범인이었다.

또 같은 날 1시간여 뒤인 오전 4시40분께 광산구 모 병원 앞길에서는 자신이 몰던 차량으로 B(당시 32·여)씨의 차량을 들이받은 뒤 뒷좌석에 올라 타 흉기로 위협, 현금 20만원과 핸드백 2점, 휴대전화 등을 빼앗아 도주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오피스텔 CCTV 영상을 분석해 범행차량이 북구 용봉동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했다. 또 차량과 함께 키 170~175㎝에 회색 점퍼, 검은색 바지, 안경, 마스크를 착용한 용의자를 공개수배 했지만 10개월이 넘도록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범행에 사용할 차량 4대와 오토바이 2대를 훔쳤으며 6차례에 걸쳐 빈집에 침입해 귀금속 등을 훔치기도 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김씨의 여죄만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15건이나 됐으며 피해액도 4500여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9월 추석연휴를 앞두고 빈집털이를 계획한 뒤 현관문 비밀번호를 훔쳐보기 위해 자신이 사는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단지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파트 복도 천장에 화재경보기용 흰색 뚜껑을 붙이고 그 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으나 낯선 카메라를 이상하게 여긴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돼 범죄를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광석 강력2팀장은 "김씨가 수첩에 범행일지까지 기록하는 꼼꼼함을 보였다"며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2일 오전 6시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금은방에 침입해 금목걸이 등 5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김씨를 같은 달 28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2009년 9월께 주식투자로 인해 1억원 상당의 채무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뒤쫓던 경찰의 눈에 띄었고, 20여 분간의 추격전 끝에 광주 광산구 신창동 일대에서 덜미를 잡혔다.

이 과정에 김씨는 가스총을 쏘며 격렬히 저항했고, 이로 인해 경찰관 4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광산=양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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