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사자성어로 정부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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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사자성어로 정부 질타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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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편집국장 김미자 = 우리사회는 지금 국가기관 선거부정과 민노총 강제연행 등 온통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는 일들 뿐이다. 교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도행역시(倒行逆施)’가 꼽혔다. 이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며 추천 이유를 말했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에 실린 도행역시는 춘추 시대의 오자서가 그의 친구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초나라의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평왕에게 살해되자 오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돼 초나라를 공격했다.

승리한 오자서는 원수를 갚고자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꺼내 채찍으로 300번 내리쳤다.

이 소식에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는 질책하는 편지를 보냈고, 오자서는 편지를 가져온 이에게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서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도행역시가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주문하는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에 앞서 교수신문은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다.

이는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육 교수는 “지금 우리의 시대풍경은 프랑스 혁명 이후의 왕정복고기와 어느 정도 닮은꼴”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초반 행보는 ‘유신체제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려는 억압적인 국가권력과 심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동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은 전공, 세대, 지역을 안배해 선정된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43개를 추천한 뒤 교수신문의 필진과 명예교수가 5개를 추려내 전국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어쨌거나 ‘도행역시’라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박근혜 정부의 ‘퇴행 정치’를 비유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우리사회 지식인 그룹인 교수사회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 부정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박근혜 정부’의 불통의 리더십을 꼬집었다는 것은 깊이있게 곱씹어 봐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영의 논리에 갇혀 본말이 전도되고 공방거리만 무성한 우리사회에서 치우침 없는 교수사회가 일갈한 경고의 사자성어 ‘도행역시’, 추천의 순수성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철도파업에 맞선 민노총 강제연행 사태 등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의 분별이 어려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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