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착각의 효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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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착각의 효용성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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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우리는 어느 한 상황을 보고도 긍정적 인식을 할 수도 있고 부정적 의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런데 부정적 시각은 세상을 어둡고 두렵게 보이게 하고 긍정적 견해는 세상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따라서 부정적 환상으로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삶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왜곡 없이 보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불확실하고 냉혹하여 닥쳐올 불행을 미리 알 수도 없어 사전에 대비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도 모르는 불운에 대처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우울한 나날을 그저 운에 맞기고 살 뿐이다.

그러니 이 세상은 무작위성 불안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예고 없이 터지는 불행으로 얼룩져야할 지뢰밭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신은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자신에게는 불행할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야무진 낙관, 나에게만은 우주적 순리가 적용될 거라는 생뚱맞은 비이성적인 착각을 하는데 익숙한 존재다.

이처럼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비이성적 착시현상에 빠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자기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나고 다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런 믿음이 불안을 접어두고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자기착시현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정도가 심화되면 될수록 마음속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주관적 확신은 강화되어간다.

그러면 다소 무능해도 절대 자신을 버리지 않는 세상이 있어 자기는 비참한 삶에 내던져지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세상에 대한 믿음의 착시현상이 전제조건으로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힘을 발휘하며 살아갈 것이다.

만약 인간이 완전히 이성적이기만 한다면 마취 없이 대수술을 하는 것과 같은 고통스런 세상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만 해서는 인간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그러니 경험의 주체로서의 ‘나’와 실재하는 세상이 모순적 조화로 굴러간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그렇지만 착한 짓하면 복 받고 나쁜 짓하면 벌 받고, 열심히 살면 성공할 거라는 코흘리개 같은 믿음에 매달려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착하다고 꼭 복 받고 나쁜 짓한다고 반드시 벌 받고 열심히 산다고 언제나 성공하는 세상도 아니라는 사실에 경악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과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면이 혼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세상이 흉측하게 막되 먹었어도 나한테만은 순리대로 돌아가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 제멋대로인 세상에서 기대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이성적이기만 하다면 어떤 실수를 해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무조건 내편이 되어 위로하지 않고 잘못에 대한 객관적 상황만 지적받게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이처럼 비합리성은 온갖 말썽을 피우는 근원이 되기도 하고, 행복을 피워내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세상이 바라는 이치대로라면 복 받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이 처절하게 핍박받는 현실을 목격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식과 약속을 깨고 믿음을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체험을 통해 이 세상에 질서나 원칙 같은 것은 없다는 원망에 젖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비합리적인 세상에 직면하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항변성 저항을 하고 우리를 사정없이 흔들어버리는 야비한 기습에 소스라쳐 분노하고 세상이 이따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흥분하곤 한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당연한 것도 없고 확실한 것도 없다.

따라서 알 수 없는 불확실성만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혼란과 두려움에 빠지게 하곤 한다.

그러므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착각의 환상에서 벗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신 상태로 온전히 회귀하는 순간 산다는 건 알 수 없는 위태로운 것이며 불안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불편하고 암울한 진실에 멈칫거리게 된다.

이렇게 불안한 현실에 휩싸이게 되면 두려움에 안절부절못하는 불안정한 삶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니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 작용을 잘 활용하여 창조적인 행복을 엮어내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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