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정치와 김일성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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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치와 김일성 민주주의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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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그곳에서는(이천 년 전 도시국가 아테네를 가르킴) 모든 것을 인민이 좌우했고 인민은 말이 좌우했다.

한데 대한민국 정치가 예나 지금이나 '내 편 아니면 네 편'이라는 진영 정치로 굳어지면서 '적대' '막말' '저주'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야는 선거때마다 편을 갈라 적대감을 증폭하고, 막말을 통해 자기 응집력을 키워왔다.

이런 적대와 막말의 정치는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합법권력마저 부정하는 등 '저주'의 양상까지 띠고 있다.

작년 대선때 민주당에 대한 주요공격 중 하나는 종북(從北)세력이라는 것이었고, 새누리당에 대한 공격중 하나는 친일·독재세력의 후예라는 것이었다.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한다"고 했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박 후보 떨어뜨리려 출마했다"고 했다.

반대로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문 후보를 "정신 나간 노무현 정권 2인자"라고 했다.

최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내용을 떠나 공개 자체가)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했다. 그

러자 일부 우파논객들은 그를 "탈영병"이라고 비난했다.

대선 때 보수 인사였던 윤여준 전 장관이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나서자 우파 일부에서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반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했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한화갑 전 의원, 그리고 반(反) 유신 활동을 했던 김지하 시인 등이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자 '변절자'라고 비난이 쏟아졌다.

적대감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는 막말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막말 정치인들은 정치권과 국민에게 잊힐 때쯤 더 자극적인 막말로 존재감을 보인다.

민주당에선 "선거 원천 무효투쟁이 제기될 수 있다"거나 "남재준 국정원장, 이런 미친×이 어디 있느냐"는 거친말이 쏟아졌다.

친북세력들의 말은 더더욱 놀라운데, 대한민국은 북한처럼 국민을 굶기지도 않고, 공개처형도 않고, 김일성 3대를 섬기듯 섬기지도 않고, 수용소 등지에 가두지도 않고, 북한식 민주주의를 못하니 독재자라 한다.

이들은 틈만나면 정부를 향해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친다.

통합진보당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의 출처는 김일성 노작(勞作)이라는 녹취록이 나왔다.

지난 19일 공안 당국이 입수한 RO(혁명조직) 모임 녹취록에 따르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이석기 의원과 함께 구속 기소된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진보적 민주주의의 어원은 (김일성)수령님"이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올 5월 8일 한 모임에서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 "그 뿌리가 있느냐? 사회주의를 에둘러서 얘기한 측면이 있는 거지"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진보적 민주주의는 어원이 어디로 가느냐면 수령님께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건설할 때' 우리 사회는 진보적 민주주의로 가야한다'라고 한 노작이 있어"라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면서 "그 어원으로 시작해서 민주를 얘기할 때 우리는 진보적 민주주의여야 한다.

이게 우리쪽 사례"라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에서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에서 쓰는 말이기 때문에 북한을 추종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진보적 민주주의'는 뉴딜시대 류스벨트 대통령도 쓰던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표현이 문제라면 미국도 북한을 추종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차라리 "진보적 민주주의 어원은 수령님"이라는 말도 했다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석기 의원은 '내란 준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준비'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 또 '남한정부는 1949년 좌익에서 전향한 이들을 교화하기 위해 보도연맹을 조직했다.

하지만 전쟁이 나자 전향한 좌익세력은 학살당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쟁에서 적으로 규정된 이들에 대한 처리방식은 늘 이랬다.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 열성당원의 처지는 6·25 당시 남한 내 좌익세력의 상황과 같다.

현대판 보도연맹 사건을 앉아서 구경만 할 것인가라 했다.

말은 생명의 영상이요 행동의 거울인데 꼭 이석기 의원을 가르킨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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