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응답하라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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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응답하라1994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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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015B’‘김건모’ 등 듣는 재미 ‘쏠쏠’

[연예=광주타임즈] 이민지 기자 =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1990년대 문화를 소환하고 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부터 밴드 ‘015B’의 ‘신인류의 사랑’, 그룹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성진우의 ‘포기하지마’…, 특히 흘러간 가요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 노래 대부분은 ‘가요 톱10’ 같은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 몇 주 연속 1위를 했다. 시간 단위로 순위가 바뀌는 작금의 음원차트 실시간 차트와 궤를 달리했다.

대중에게 천천히 알려졌고, 오래도록 인기를 끌었다.

마냥 옛날이 좋았다는 ‘꼰대’식의 발언을 하려는 게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그저 지나가는 음악이 아닌, 쌓이는 시간처럼 켜켜이 추억이 축적되는 음악에 대해 얘기하자는 거다.

가수가 발표하는 즉시 노래는 자신의 생을 살아간다. 태아와 같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세상에 발을 딛는 순간 삶이 시작되듯, 노래도 청중의 귀에 가닿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자기인생을 쌓아간다.

음원으로 소비되는 지금의 음악은 그런데 청중과 교감할 시간이 없다. 다운받은 음원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소비된다.

지겨워지거나 스마트폰에 다른 파일을 집어넣을 때 용량이 부족하면 쉽게 지워진다.

1990년대만 해도 노래들이 대중과 진득하게 교감할 시간이 있었다.

레코드 가게나 노점에서 들리는 횟수로 순위를 매긴 ‘길보드 차트’의 존재만 놓고 봐도 그렇다. 열린 공간에서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와는 노래로 교감했다.

이처럼 쌓인 추억이 있기에 당시 노래를 들어도 감정의 울림이 생기는 거다. 그 노래에 대한 추억이 없더라도 부모와 선배, ‘응답하라 1994’ 같은 미디어로 구전되면서 또 다른 추억이 만들어진다.

내년 탄생 50주년을 맞은 김광석의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슈퍼스타K 4’에서 로이킴·정준영이 듀엣으로 그의 ‘먼지가 되어’를 부르자 10대들이 관심을 가졌다.

고인의 노래는 뮤지컬로 엮어져 ‘그날들’로 재탄생했고,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그룹 ‘JYJ’ 멤버 김준수가 다시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만큼, 또 다른 많은 젊은이들이 되새김질하게 될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최근 내놓은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다.

이적의 노래는 그간 뒤늦게 주목 받았다. 그의 말마따나 ‘시간을 견디는 음악’들이었다.

대중과 추억이 쌓여 있어, 미디어 등 촉매가 보태지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데뷔 15년차 가수가 내놓은 발라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저력이 밑바탕됐기 때문이다.

‘에디션 오브 컨템포러리 뮤직’의 머리글자를 딴 독일 음반 레이블 ECM의 만프레드 아이허 대표는 “카세트 테이프를 포장지에서 뜯어 낼 때 소리와 테이프에서 나오는 잡음, 그것이 음악이라는 범위 안에 다 포함된다”고 했다.

LP 같은 경우도 판에 바늘이 닿을 때 나는 잡음과 판을 재킷에서 꺼낼 때 느낌이 다 음악적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응답하라 1994’, 김광석, 이적은 이 같은 아날로그 음악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일깨운다.

시간을 견뎌낸 음악들을 새삼 상기시킨다. 예전에도,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컨템포러리 뮤직’ 말이다. 몸도 마음도 조급한 12월.

순식간에 다운로드되고 삭제되는 MP3 대신 CD나 LP를 꺼내보는 건 어떨까. 조금이나마 삶에 여백을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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