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 '혹한 단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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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어 '혹한 단전' 여전하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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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고흥 촛불 화재 '참사' 그후
광주·전남 560가구 전기료 못내 '깜깜'…근본대책 있어야
[전남=광주타임즈]박경아 기자=꿈이었을까. 환한 불빛이 보이고 뜨거운 불길이 느껴지더니 이내 잠들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김기권 (남·31·정신지체 3급)씨는 며칠이 지나서야 집에 불이 나고 혼자 빠져 나오면서 불길에 휩싸인 부모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못 움직이고 아빠는 많이 아팠어요. 어두워서 촛불을 켰는데......”

지난 2004년 2월 2일 밤 10시, 전남 목포시 연산동에서 화재 사건이 있었다.

이 화재로 김인수 (남·당시67)씨와 이선희 (여·당시57)씨 부부가 숨졌다.

부인 이 씨가 남편을 꼭 안은 모습으로 함께 불에 탄 채 발견됐다.

남편 김씨는 청각장애 4급과 지적장애가 있었고 부인 이씨는 정신지체 2급이었다. 화재 원인은 ‘촛불’. 이날 낮 1시 4개월 밀린 전기세 9만3천원을 내지 못해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끊었다.
그들은 단란한 가족이었다.

김 씨 가족은 재가복지서비스 대상자였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였다. 가족 모두 장애도 있었다. 고물 수집으로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웃음이 넘쳤다. 고물을 팔고 돌아오는 길이면 아들 기권 씨는 오토바이에 리어카를 달아 부모님을 태우고 다녔다.

그러나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일가족은 참변을 겪었다. 1978년도부터 25년째 살았던 집도 흔적이 없어 사라졌다. 9만3천원 때문에.

사건 이후, 한전 지사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산자부는 여론에 밀려 중증장애우에게 전기요금을 20% 할인하겠다는 ‘사후 약방문’ 처방을 내놨다.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안타까운 일은 다시 발생했다.

1년 전 11월 21일 새벽 전남 고흥에서 촛불 화재로 60대 할머니와 여섯살 난 외손자가 숨졌다. 또 전기요금 연체로 전기가 끊기자 촛불을 켠 게 원인이었다. 6개월 동안 전기요금 15만7천 원을 내지 못했다. 한전의 단전조치를 두고 사회적 비난 여론은 다시 한 번 높아졌다.

한국전력과 고흥군은 그 후 대책을 내놨다.

난방기구로 인해 전기사용이 증가하는 11월부터 3월까지의 용량을 220W에서 660W로 변경했다. 제한용량을 초과해 사용하다 단전되면 자동으로 재공급 되도록 개선했다. 고흥군도 한국전력과 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 정보를 공유해 체납자를 관리한다.

지난 달 산업자원부는 전기요금을 5.4%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1월에 평균 4.0% 오른 지 10개월 만이다. 요금 인상에 비례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기본권 지원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에도 광주전남에서는 모두 560가구가 단전되기도 했었다.

목포경실련 장미 사무국장은 “단전과 단수의 근거가 전기 약관(산자부 권한), 수도조례(지자체 권한)에 있다”며 “전기와 물은 ‘사용료’가 이닌 ‘생존권’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목숨을 담보로 내놓는 일시적인 대책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권 씨의 재가복지 담당인 목포명도복지관 윤주용 팀장은 “240세대를 대상으로 난방비 지원과 전기료 연체가구 지원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담당 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목포 촛불화재 9년이 지난 현재. 기권 씨 집은 조립식으로 새로 지어졌고 목포명도복지관 직업연계팀 소개로 목공소 등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다. 예전처럼 오토바이도 타고 시내를 누빈다. 비록 오토바이 뒤에 리어카도 없고 부모님도 없지만.

목포·고흥 = 박경아·류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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