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옛말…빚 갚기 바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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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옛말…빚 갚기 바쁜 의사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0.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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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경영난에 한 해 평균 100여곳 폐업
'수억원 빚더미' 의사들 극단적 선택까지
[사회=광주타임즈] 황민화 기자 = 최근 광주지역 병·의원들이 치열한 경쟁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의사들이 빚에 허덕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연 이율 200%가 넘는 사채에 손을 벌렸다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새롭게 문을 연 병·의원은 모두 140곳이다. 일반 의원 55곳, 한의원 33곳, 치과 19곳, 일반 병원 5곳, 요양병원 7곳, 한방병원 21곳이다.

이미 지난해 개업한 병·의원 수(140곳)를 뛰어넘었으며 올해 말까지 최소 10~20곳 정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 전체 병·의원은 1800여 개에 달한다. 이미 포화 상태에서 매년 140여 곳의 병·의원이 새롭게 문을 열며 생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열 경쟁 때문에 문을 닫는 병원도 매년 수백 곳에 달하고 있다.

지속된 경기침체와 환자 유치를 위해 금융권에서 수억원의 대출을 받아 고가의 의료 장비에 과잉 투자하면서 중소병원들이 빚에 허덕이고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현재까지 78곳의 병·의원이 문을 닫았으며 지난해 100곳, 2011년에는 126곳이 폐업했다.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을 제외한 일반 동네 의원만 놓고 볼 경우 2011년에는 71곳이 폐업해 개업한 의원(65곳)을 뛰어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열 경쟁으로 인한 경영난은 일부 의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병원 주사실에서 병원장 A(44)씨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숨지기 직전 직원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병원 운영이 많이 어렵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010년 병원을 개원하면서 은행권에 수억원의 빚을 졌으며 매년 이자로만 수천만원을 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환자가 줄어들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한 달 300여 만원의 관리비를 몇 달째 내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채무 문제로 고민을 해왔다"는 직원 등의 진술로 미뤄 A씨가 경영난을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연 이자율 241%에 달하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댄 치과의사 B(33)씨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해 사채업자가 붙잡히기도 했다.

B씨는 2000만원을 대출받으면서 하루 이자로 30만원을 지급했다. 80일 동안 건넨 이자만 원금에 육박하는 1800만원이 넘었다.

B씨는 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사채업자 5~6명에게 돈을 빌려 돌려막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광주지역 한 치과 원장이 숨지면서 수억원대의 연대 보증을 섰던 치과 의사 7~8명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기도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값비싼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 대부분은 개업 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는데 최근 들어 잇단 개원으로 경쟁까지 치열해져 경영난에 허덕이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끼리 서로 보증을 서며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병원이나 의원들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경제 논리 때문에 의사가 선망 받는 시절은 옛말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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