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아첨에 눈 멀면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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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아첨에 눈 멀면 망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8.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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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돈과 사랑은 사람을 철면피로 만든다. 특히 돈의 결핍은 모든 범죄의 뿌리이다.

그래선지 여주 이씨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은 '돈(千金)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마라'다. 선조대부터 광해군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33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한 수재 집안이었다.

하지만 돈 대신에 학문을 전해주라는게 이 집안 선조의 당부였다. 한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리어왕은 자신의 세 딸에게 통치권과 영토를 나눠주기로 결심한다. 왕은 딸들을 불러 '아버지를 향한 효심'을 표현해 보라고 한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효심의 정도에 따라 재산을 나눠 주겠다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 딸은 아버지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왕은 흡족해하며 두 딸에게 영토를 나눠줬다. 셋째 딸은 달랐다. 그는 '나는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언니들처럼 아버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왕은 화를 내며 셋째 딸에게 '네가 말한 그 진실만이 너의 것'이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 셋째에게 주려했던 재산을 다른 두 딸에게 준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받은 첫째와 둘째 딸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았다. 두 딸의 배신에 분노한 왕은 미치광이가 되어갔다.

그런 아버지를 돌본건 아버지에게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셋째 딸이었다. 실지 이런일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는데,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의 줄거리이다.

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권력과 재물의 속성을 예리하게 나타냈다. 400여년 전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비극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최고 기업의 경영자와 그 형제가 상속재산 다툼으로 인해 법적 소송까지 벌어졌다는 소식이 TV와 신문을 통해 연일 보도되었다.

재벌가의 후계자가 사업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삶을 불행하게 마감하는 뉴스들도 들려오곤 한다. 이처럼 많은 기업에서는 후계자 자리를 놓고 형제·남매가 분쟁을 벌이는 일이 자주 발생해 왔다.

형제간에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목인 '우애'는 온데간데 없다. '재물'과 '권력'이 개입되는 순간, 형제도 원수가 되고 만다.

아버지 리어왕은 순진했고, 권력과 재물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딸들에게 가진 모든 것을 내주겠노라고 말했다.

딸들을 그만큼 사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딸들도 결국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진 인간이자 '신하'라는 것을. 첫째와 둘째 딸은 '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 보라'는 아버지의 제안에 아버지가 듣고싶어하는 말만 했다.

아버지의 돈과 권력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두 딸의 말에 넘어간 리어왕은 결국 권력의 핵심인 왕권(인사권)과 영토(재정권)를 내주고, 아무 힘도 없는 종이호랑이가 된다.

반면 진심을 전한 막내 코딜리아에게는 '진실' 이외에는 어떤 것도 남겨주지 않았다. 셋째 딸의 진가를 알아보았다면 자신이 비참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는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다. 어떤 조직이든 셋째 딸 코딜리아와 같은 정직한 사람이 꼭 필요하다. 조직과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듣고싶은 말만 들으려는 지도자는 주변사람들의 아첨에 쉽게 넘어가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잃게 된다.

비판과 비난이라도 달게 받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 고쳐나가야 한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의 일이다.

제갈량의 공격을 받은 조조는 명장 사마의를 보낸다. 사마의의 능력을 아는 제갈량은 어떻게 그를 막을지 고민한다.

그때 제갈량의 친구이자 참모 마량의 아우 '마속'이 나서 "사마의 군사를 막겠다"고 자원한다. 주저하는 제갈량에게 마속은 "실패하면 내 목을 내놓겠다"고 한다. 제갈량은 마속과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전술과 전략을 알려준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겨 전쟁에서 진다. 제갈량은 약속대로 '마속'의 목을 베어야 했다. 고사성어 '읍참마속'에 담긴 이야기다.

하지만 사회지도층이 상기의 교훈들을 잃고 행하다 망한 경우를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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