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상대 김정일→김정은 바뀌어… 스타일 새롭게 분석해야
우리 측서 열리는 첫 생중계 회담… 꼼꼼한 동선 점검 중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24일과 26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두 리허설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오는 27일 이전에 판문점을 방문해 동선과 회담장을 점검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상 대역’,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토론과 과외’ 방식으로 실전 연습을 했다. 앞서 두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렸기에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사전 답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오는 24일과 26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리허설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처럼 대역을 써서 준비하느냐’는 물음에는 “대통령 성격상 그렇게는 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가상의 대역 ‘가게무샤(影武者·그림자 무사)’를 적절히 활용했다. 당시 가게무샤의 역할은 우리 대표단의 가상 상대가 돼 회담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김 대통령은 김정일 국무위원장 대역자와 가상 회담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 대역자는 김 위원장 외양과 비슷한 차림으로 리허설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남북정상회담이었던만큼 김 위원장 정보가 적어 가상 상대와 리허설을 해야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게무샤 리허설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을 즐기고 가식없음을 선호하는 노 대통령 스타일이 반영됐다.
아울러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 동안 김 위원장을 대면한 우리 측 인사들이 적지 않고, 누적된 자료들이 많아 가게무샤 리허설까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6·15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영상 자료도 유용히 활용됐다.
노 전 대통령은 실무자들 모아놓고 토론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다녀온 수행원들과 대화하며 배경지식을 쌓고,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에게 특별 과외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스타일, 화법, 현안 구상 등을 경청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발언용 카드’를 들고 나와 화제를 모았었다. 김 위원장은 의제별 내용이 적힌 30~40여장의 발언용 카드를 지참하고 회담장에 앉았다.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할 때마다 카드를 확인하고 메모를 했다고 한다. 2000년 첫 정상회담에서는 이 카드가 없었다.
한편 2018 남북정상회담이 1·2차 회담과 달리 상대와 장소가 변화한 점도 리허설 주요 포인트다. 북측 정상은 김정일 국무위원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바뀌었고, 정상회담 장소는 북측 평양이 아닌 우리 측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 스타일을 파악해야 했다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란 새로운 상대를 연구해야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일거수일투족이 전세계 생중계된다는 점도 중요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2018 남북정상회담 프레스등록을 한 취재진은 2833명으로 2000년·2007년 회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역대 정부 개최 국가행사 중 최대 규모로 국제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우리가 북측을 방문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북측이 우리 측에 내려오는 형식이다. 우리 측에서 동선 하나하나를 더욱 꼼꼼히 점검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