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女人天下속 朴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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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운석]女人天下속 朴대통령은?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8.0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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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타임즈]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투표 이후 영국의 새로운 총리로 테리사메이가 취임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위기 상황에서 최장수 내무장관의 기록을 세운 그녀의 깔끔한 업무능력과 강력한 리더십은 시장을 안심시켰고 파운드화는 반등했다.

왕실과 보수당이 선호하는 품격있는 정치인 스펙에 딱 들어맞는 그녀는 구두 애호가이자 뛰어난 패션 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해서 취임후 세계언론과 패션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일은 다 부정적이다.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된 데 이어 우병우 청와대 민정 수석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연일 계속되자 야권이 일제히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우민정수석은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 대통령 치마폭에 숨지말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민정수석을 보호하려다 정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대로 그냥 가면 한국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전면 개각을 요구했다.

보수층과 여권의 주장은 다르지만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을 들어 비꼬는 층도 있다.

훗날 영국의 전 총리 대처와 비교해 볼지 모르지만 과거 나쁜 역사가 오늘날 여권 신장과 혼돈을 낳기도 한다.

실지 '여인천하'로 불리워진 시대는 나쁜 기억만이 남겨놨다.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여성은 대개 '권력을 좇는 악녀'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장희빈, 장녹수, 정난정 등 '조선의 3대 악녀'부터 그렇다. 중국의 양귀비, 서태후도 그런 사례다. 장희빈이 6번이나 TV사극으로 다뤄진 것도 그의 삶이 막장드라마적 요소를 두루 갖춘 때문일 것이다.

사극에서 여인천하라는 말에는 궁중 암투의 뉘앙스가 짙다.

월탄 박종화의 역사소설 <여인천하>도 중종비 문정왕후가 20년 수렴청정으로 정치를 뒤흔든게 소재다.

서양 사극의 단골인물은 앤불린이다.

왕비 갈아치우기를 밥 먹듯 했던 헨리 8세의 둘째 왕비다. 앤이 정치에 적극 개입하다 처형되는 과정은 장희빈과 흡사하다.

헨리 8세와 세 왕비, 권력투쟁과 '원조 브렉시트'라는 영국 국교회 설립 등을 그린 미드가 '투더스'다.

물론 남성 우월시대에 여성이 역사 전면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선덕여왕, 측천무후, 엘리자베스 1세 등이다.

대개는 궁중심처에서 왕을 움직이는 음모와 질투의 화신으로 기록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입지전적 삶을 산 여성들을 무조건 악녀로 단정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남성과 승자의 기록이다.

실제 궁중 막장은 연산군, 헨리 8세 등 남성이 만들었다. 그럼에도 비난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은 동서양이 공통인 듯하다.

여성이 남성과 대등해진 것은 불과 얼마 안된다. 계몽사상가 루소조차 "여성은 남성에게 기븜을 주기 위해 창조됐다"고 했다.

투표권부터 철저히 차별했다. 미국에 백인 여성(1920년)은 흑인남성(1870년)보다 50년 뒤에 투표장에 갈 수 있었다.

인권과 평등의 나라라는 프랑스도 1946년에야 허용해 우리나라보다 고작 2년 앞섰다. 스페인(1970년) 스위스(1971년)는 한참 뒤다.

오늘날 여성의 약진 속에 차원이 다른 여인천하가 펼쳐지고 있다.

미국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이 일단 유력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재닛 옐런미Fed(중앙은행)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더불어 세계경제 5대 파워중 4자리를 여성이 이끌 판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총리는 알다시피 여성이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후임 후보 11명 중 5명도 여성이다.

아시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미얀마의 아웅산수지 등 여성이 대세다.

그러나 지도자를 평가하는 관점에선 차이가 있다.

남성 지도자는 신중, 현명, 추진력 등을 갖추면 그만이다. 여성 리더에게는 그런 덕목에다 포용, 배려, 섬세함까지 요구한다.

여성의 시대에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여성지도자를 무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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