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권력자 이익은 부패?
상태바
[시인 고운석]권력자 이익은 부패?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5.11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광주타임즈]권력을 얻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사랑하여야 한다.

한데 일부 권력자는 사랑은 물론이고 평등을 용납하지 않으며 아첨을 위해 우정가지 버린다. 이렇다보니 공직의 힘이 센 나라일수록 공직자 비리 사건이 잦다.

일본이 그렇다. 별별 일이 다 있었다. 대장성 관료가 여종업원이 노팬티로 일하는 샤부샤부 집에서 접대를 받았다가 발각된 게 1998년이다. 일명 ‘노판(notpanties)샤부샤부’ 사건으로 공직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졌다.관청의 최고봉이던 대장성은 해체됐다. 이 사건은 일본 경제가 관(官)에서 민(民) 주도로 방향을 꺾은 이정표로 기록됐다.

일본 정치의 체질을 바꾼 리크루트 사건은 이보다 10년 전 일어났다. 아사히신문 지방기자의 특종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취재와 수사가 진행되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결국 총리, 법무·재무·관방장관과 집권당 간부가 모조리 관여한 초대형 사건으로 불어났다.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을 이끌던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물러났다. 30년 넘게 권력을 유지한 자민당은 추락했다. 그 여파로 5년 뒤엔 정권까지 빼앗겼다.

이 사건에 뇌물로 쓰인 게 비상장 주식이다. 정보 서비스업을 하는 리크루트그룹은 이권을 챙기려고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정·관·재계 40여 명에게 뿌렸다. 상장과 매각으로 얻은 이익은 6억엔, 우리 돈 60억원쯤이었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관료와 기업인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직접적인 직무 관련이 없는 정치인은 대부분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공직자 재산 공개범위가 친족으로 확대되고 정치자금법이 까다롭게 개정돼 일본의 금권정치는 힘을 잃었다. 리크루트 스캔들은 비공개 주식 양도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했다.

기업이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식을 나눠주거나 싼값에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있다. 자금에 쪼들리는 벤처나 신생기업일수록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범위에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치가나 관료, 권력자가 끼어들어도 괜찮을 것일까. 기업주주 명부에 권력자와 그 친족 이름을 잔뜩 올리는 나라도 있다. 전부 후진국이다.

진경준 검사장이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서민이 상상할 수 없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사자는 ‘투자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그 주변 사람들도 남이 잘되는 것을 못 참는 한국 특유의 ‘배 아픈 병’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 눈높이에선 ‘권력이익’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검사는 권력자다. 청렴과 절제가 필요한 ‘청요직(淸要職)’이 아닌가. 기자나 일반인이 비공개 주식으로 120억 대박을 터뜨렸다면 검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청와대가 뒤늦게 진상 규명을 주문했다.

경찰 총수의 권력비리도 잊을만하면 터지는 판. 한데 정부 부패가 ‘거짓말쟁이’ 국민을 낳는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회자돼온 오래된 정치 격언이다. 이와 반대로 시스템 수준이 국민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

최근 국가 청렴도 등이 국민 개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패가 일상화 된 나라에서는 국민도 거짓말을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면, 당신 또한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돈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질서한 곳에 있을 때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쓰레기, 낙서에 둘러싸여 있으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길가에 버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깨진 창문 이론’도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권력을 쥔 사람들의 부패, 정치적으로 사기적인 행동, 세금 포탈과 같은 일에 사람들이 과연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를 가늠하기 위해 정치적 자유도 민주주의 정도, 선거사기 등을 분석했단다. 한국에서도 같은 분석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