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장가를 만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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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자장가를 만나고 싶다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3.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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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달라이라마 방한추진위원회 금강스님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다.

중앙승가대 출신답게 권력 지향적일 것 같으면서도 참된 수행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바른길을 걸으려는 모습이 아름답다.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걱정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늦게나마 세월호에 관심을 두게 된 데에는 금강스님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지난 일은 다 지나간다.

다시 맑고 밝은, 그래서 향기로운 일들을 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참회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들이 바로 나일 따름이다.

어머니의 자장가를 보고 싶다면!
팽목항 법당 운영에 여념이 없을 것 같은 금강스님이 원주에서 열리는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법회에 가기 직전에 바쁜 시간을 쪼개 들린 곳은 다름 아닌 인사동 갤러리3에서 24일까지 열리는 박미화 개인전 ‘자장가’다.

세월호의 아픔을 ‘어머니’의 관점에서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편안하다. 그래서 어머니인가 보다.

“어머니가 아이를 달래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것이 자장가다. 자장가처럼 나도 나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의 상처와 슬픔을 어루만지고 달래주고 싶어 이 전시를 기획했다.”

생명에 대한 예의!
“이번 전시는 내 마음을 기록했다는 의미에서 Docu-mentally라는 부제를 붙이게 됐다. 그러나 은유와 상징을 통해 그려낸 이 작업들이 관념으로 끝나길 바라진 않는다.

나의 삶을 실제로 지탱해주는 것은 관념이 아닌 실재(實在)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살과 피라는 실재의 물질로 이루어진 몸이 살아있을 때 비로소 작동하듯이 그것 위에서, 그것 속에서, 그것을 가지고 매일 살아가는 내게 사실 ‘물질’은 ‘관념’보다 더 실재다. 그런 연유로 내 작업에서는 다양한 물질(재료)이 등장한다.

흙, 모래, 시멘트, 종이, 스티로폼, 나무 등 각 재료는 그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다른 목소리들은 결국 한 가지 소리를 내게 된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나의 ‘마음’이다. 따라서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늘 한 가지 흐름을 가져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질들이 내 마음과 만났을 때 내 작업은 관념이 아닌 살아있는 증거로 남게 된다.

다만 ‘물질’과 ‘관념’의 유혹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고, 내가 표현해야 할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박미화 작가는 소감을 전한다.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는 흘러내려 가는 사람들 이름은?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어떤 죽은 사람들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기가 살았던 땅 위로 떨어지고, 산 자 곁으로 되돌아온다.

그렇게 죽은 후에조차 산 자 곁을 맴도는 그들은 누구인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다.

여기에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넋이, 신이 땅 위로 떨어지고 있고 물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이름들은 그나마 발굴된 이름들이고, 역사 속엔 이보다 숱한 아직 발굴되지 못한 이름들이, 때론 이름마저 지워진 헤아릴 수 없는 이름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어머니는 자장가로 진혼과 연민, 넋을 부르고 이름을 불러주고 있다”고 평한다.

바보왕, 광대왕 씨앗 모든 자연은 부활을 기다리며 한숨짓는다.

니체가 말한 “더할 나위 없이 작은 것, 가장 미미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한줄기 미풍, 찰나의 느낌, 순간의 눈빛”을 박 작가는 ‘내일 할 일(Things to do tomorrow)이라고 정의한다.

박미화 작가는 “허깨비 놀음 : 환화(幻化) 나는 모른다. 아름다운 잔해, 삼베 세근, 너무 오랫동안 진리만 얘기해 왔다. 부서진 창,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 가면 모순의 속살, 피에타, 그림자와 빛, 종이옷, 바보만세!’로 자신의 프로필을 대신한다.

그녀에게 내일 할 일은 그런 것인가 보다.

토르스로 표현한 의문과 연민
이번 전시의 메인 ‘어머니’는 미술용어로 토르소라 불린다.

표정을 나타내주는 얼굴이 없어서 모호하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표정을 알 수 없어서 오히려 더 들여다보게 된다. 생각하게 한다.

팔도 온전치 못해 불안전해 보이는 이 작품에는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표현했을 이 작품은 참으로 상징답다. 삶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의문투성이이다. 그러기에 연민을 느끼는 너와 나는 우리다. 그게 세월호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인가 보다.

어머니!
불쏘시개가 될 뻔했던 나무토막 속에서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는 ‘어머니’. 거친 나뭇결이 표현을 극대화하고 늘 박 작가가 천착한 주제다. 모성과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희생은 어머니라는 종교의 신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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