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뭉치면 호남민심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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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뭉치면 호남민심 얻는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2.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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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고운석=민심을 모으기는 어렵지 않다. 사랑하면 가까워지고, 이익을 주면 모여들며, 칭찬해 주면 부지런히 일하고, 비위를 거슬리면 흩어진다. 하지만 여론에만 밀려 자기 판단을 보류하는 것은 배신 행위가 될 뿐이다.

한데 호남으로만 가는 야당 지도자들이 안쓰럽다. 모두 호남민심을 얘기하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지 모르는 듯하다. 야당의 이런 모습은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에 매달리는 야당을 보며 총선과 대선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이다. 호남은 사실 정치판에서 ‘무엇을 해도 되지 않는 곳’이다. 정확히 호남만으로는 그렇다. 호남 중심 정당은 필패한다. 호남이 지지하면 영남이 반대하는 망국적 지역주의 때문이다.

이런 호남필패 구조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호남은 우리 역사에서 항상 변방이고 소수였다. 단 한차례도 주류세력이 되지 못했다. 고구려에서 발해까지 지금의 만주지역이 중심일 때 호남은 한반도 끄트머리에서 그 존재조차 희미했다. 삼국시대는 당과 연합한 신라로 통일됐고 호남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원래 신라사람인 견훤이 통일신라에 대항하면서 후백제로 국호를 정한 것은 이런 호남의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고려와 조선의 역사에서도 주류에 의해 배제되는 호남의 위치는 바뀌지 않았다.

역설적이지만 호남이 등장하는 시기는 나라가 어지러울 때다. 주류의 패권이 무너질 때라는 뜻이다. 몽골의 침입이나 임진왜란 등 외세의 침략에 주류가 먼저 무너지자 호남이 비로서 중요해졌다. 호남의병은 조선 정규군이 지리멸렬할 때, 동학혁명과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은 외세의 침략에 주류가 맞서지 못할 때 일어났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주류의 호남고립과 맥이 닿아있다. DJ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사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퍽 예외적인 경우다.

그러다보니 호남의 힘을 오판하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정배 의원이 말하는 호남개혁론이 그렇고, 탈당파 호남 의원들이 그렇다. DJ의 유산에만 눈이 팔려 호남민심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그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DJ정부와 참여정부는 호남의 힘으로 온전하게 세운게 아니라는 점이다. DJ는 자신을 옥죄던 유신잔당과 손을잡고서도 여당의 분열 덕분에 가까스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집권 뒤에도 김중권 전 비서실장 등 TK를 중용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했다.

참여정부는 ‘호남이 지지하는 영남후보의 길’을 찾아낸 새로운 전략의 승리였다. 호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최대 공신었지만 ‘잡아놓은 집토끼 신세’였다. 사실상 권력의 핵심은 부산파였다. 호남은 ‘고립되면 죽고 연대하면 산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싸움의 기본이기도 하다. 역사적 DNA라고 해도 좋다.

지금 호남민심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출현이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야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경쟁을 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간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호남에서 하락한 것은 일부 호남 의원들이 주장한 ‘홀대론’ 때문이 아니다. 다만 문재인을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옅어졌다고 호남민심이 판단한 것이다. 안철수가 호남을 가르고 호남탈당파 의원들을 주워담는 일에 열중한다면 호남민심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정권교체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남민심은 호남만의 온전한 정권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다는 것을 안다. 호남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연합을 선택하는 것은 생존의 몸부림이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과 소선거구제 하에서 제3정당론은 주류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먼저 내려놓는 쪽이 호남민심을 차지할 수 있다. 문재인은 친노패권을 놓아야 한다. 안철수는 영남으로 충청으로 그리고 중도로 야당의 영토를 넓히는 정권교체의 길을 가야한다. 영남에서 희생하고 결단하는모습을 보여줘야 호남민심을 얻을 수 있다. 탈당파는 지금이라도 백의종군의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게 호남민심을 따르는 길이다. 그래야 야당에 정권교체의 희망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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