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전 국회의원 기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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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전 국회의원 기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11.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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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주타임즈]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22일 새벽 88세를 일기로 서거하셨습니다. 삼가 깊은 애도와 함께 명복을 빕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만25세로 의정 사상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이후 투옥과 가택연금, 헌정사상 최초로 의원직 제명, 최장 단식 투쟁 등 많은 시련과 고초를 겪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발자국을 남기셨습니다.

또한 취임 직후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해산을 시작으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시행,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도입, OECD 가입, 정보통신부 신설, 일제잔재청산, 5.18특별법제정,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사 등 많은 개혁적 조치를 단행하여 우리 사회의 투명성 제고와 선진화 그리고 부패방지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오늘 저는 그분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금융실명제 시행에 얽힌 얘기를 드리겠습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1993년 8월에 저는 금융실명제 시행을 주도했던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조세정책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 국민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차명 금융거래가 일반화되었던 시점이라서 금융실명제 시행이 미리 알려지면 대대적인 자금인출과 기득권의 반발 등으로 경제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점을 간파하고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취임 첫해에, 그것도 국회의 법률개정을 통해 시행할 경우 보안유지가 어려운 점을 감안 대통령령인 긴급 재정경제명령을 통해 전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발표시간도 돈 찾을 겨를도 주지 않기 위해 은행 업무가 끝난 오후 7시 45분에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여 철통보안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대통령께서는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부동산에 검은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1995년 1월6일 '부동산 거래 실명제'를 발표하고 신속하게 입법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 질서의 정상화,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부정부패 및 사회부조리 척결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로서 한국 경제사회의 관행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우리 경제사회에 큰 획을 그은 정책이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아니면 시행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수많은 개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집권 말기 권력형 비리와 IMF외환위기를 초래하면서 취임 초 90% 넘게 치솟았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8%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박근혜정부도 교훈으로 삼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민주화의 큰 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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