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常識)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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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常識)에 대한 소고(小考)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11.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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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논설위원 최수호=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생활정도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익힌 단순한 상식정도만으로 취급해도 풀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쉽게 한다.

실제로 상식이란 대부분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복잡성에 정교하게 대처하거나 적절히 적응할 수 있도록 검증된 것들이어서 설득력을 발휘하는 생명력이 있다. 그러니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각자 습득한 다양한 상식들을 내밀면서 해결책을 도출해내려는 태도를 흔히 취하게 된다. 그러나 상식은 같거나 유사한 상황에서는 유용하지만 다른 복잡한 상황에서 상식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체계적으로 착각에 빠져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하게도 한다.

상식이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세상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심각할 정도로 우리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가면서 지혜를 형성해가기 때문에 체험을 통한 확신에 의해 이루어진 믿음이 상식이다. 그러므로 여간해서는 상식적 추론의 결함을 알아채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명백히 잘못이라 할지라도 다만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돌이켜 보니 문제로 여길 뿐 상식에 따른 추론의 결함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이렇듯이 상식은 거의 다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식을 비판하기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나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는 사실보다는 다른 사람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런 속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상식적 추론에 대한 오류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만 저지르는 잘못으로 여긴다. 그래서 상식에 의존하지 말라는 충고를 언젠가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실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이 옳을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착각일수 있다는 개연성을 열어두고 상대의 실수도 나의 행동에도 관대하게 바라보는 여유를 부릴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세상에 대한 상식에 의존한 자신을 의심해볼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불확실한 가정에 매몰된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고, 자신의 관점을 바꿀 수도 있고, 설사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얼마나 고집스럽게 상식에 매달려 있는지를 깨달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믿음을 의심해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적어도 새로운 믿음, 보다 정확한 신념을 형성하는 첫걸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상식이란 사실과 부합한 경험과 통찰내용, 우리 각자가 매일 마주하는 상황에 대처하면서 배위 익힌 일반적인 지혜들을 평생축적해가는 느슨함이 얽혀 있는 것이며, 전래된 관습과 익숙해진 믿음, 습관적인 판단, 자연스레 터득한 감정이 얽힌 해묵은 덩어리인 것이며, 그토록 자주 참고하는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상식은 근본적으로 이론적 성격을 띠는 형식적 지식체계와는 달리 압도적으로 실용적이어서 답을 찾는 편보다는 답을 내놓는 일에 관심이 더 많다. 이를테면 붐비는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과 몸이 밀착되는 것은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텅 빈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밀착하면 혐오감을 느낀다. 이는 주어진 공간 안에서 가능하면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상식이 존재함을 일러주는 것이다. 이처럼 불문율의 규칙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런 규칙이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안내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규칙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는 비공식적인 규칙이 훨씬 더 중요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사리를 분별할 만큼 지적인 사람은 그런 상식들을 모두 다 알고 지킬 것이라고 여겨버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적 환경을 해쳐나가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상식은 깨져야 그 존재를 의식할 만큼 아주 평범하지만 일상생활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필요한 요소로서 우리생활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회나 집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개 권위적인 인물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상식적으로 여기지만 이들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지나친 지배욕을 보이면 상식이 깨지면서 반항하게 된다. 전혀 나무랄 데 없는 모범적인 사람이 흉측한 욕설이나 노상 방뇨처럼 그리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러버리면 주변을 난처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질서들이 깨져봐야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규칙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사실과 명시적으로 표현된 적도 없고 강요되지도 않았던 숨겨진 규칙에 의해 무심코 사회가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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