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을 지니고 있다는 허상
상태바
결점을 지니고 있다는 허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9.24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논설위원 최수호=우리는 자신은 무엇인가의 결점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결함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된 두려움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감정들이 자기 내면을 향하게 하면 스스로 자신을 공격하고 자신을 적으로 만들고, 밖으로 투사되면 타인을 공격할 대상으로 만든다.
하지만 공격할 적을 만드는 일은 자신에게 우월감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는 옳다고 여기게 하고, 문제에 대해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통제감을 갖게 하는 긍지를 느끼게 한다. 따라서 두려움이 클수록 적대감은 더욱 강열해지며, 적에게 분노를 향하게 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취약점과 두려움을 감소시킨다.

그런데 깨어 있는 의식으로 자신의 고통과 불만족을 관찰해보면 끊임없는 욕망과 혐오의 반복 속에 참자아를 가두어버리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각(知覺)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자신을 제한하고 있음을 통찰할 수 있다. 우리가 인식하고 경험하는 ‘나’란 이미 익숙한 생각, 정서, 행동패턴의 집합체에 불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자기’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연속성을 갖는 한 독립된 개체로서의 ‘나’로 내세우는 습성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과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어떤 식으로건 ‘나’에 의해 야기되므로 ‘나’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해석해버리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강력한 생각이나 느낌을 ‘나’의 핵심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참 생명과 참자아를 연결해주는 본질 의식인 사랑과 자비를 잊게 하는 것은 고통이나 불만족은 자기와 분리된 개별존재로 보는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자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지혜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결점에 반응할 줄 알아야 두려움과 소외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이 열리고 자유로워지면 고통의 근원으로 가서 그것을 분명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깨달음의 첫 단계는 보편적인 고통과 불만족의 존재를 온전히 인식하는 지혜다. 그런데 내게 문제가 있다는 근본가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된 나’에게서 느껴지는 무엇인가의 부족함을 짚어 낼 수 있을 때 또렷해진다.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분주하게 만드는 배후 핵심요인은 비교의식이 작동될 때 자신이 명확하게 느끼는 결핍증상에서 오는 깊은 외로움인 것이다. 그러니 ‘나’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어디에 소속되거나 완전해지는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므로 우리가 분리되고 불완전하고 위험에 처해있다는 믿음은 자연의 오작동이 낳은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삶의 경험에서 내재된 특성을 스스로 깨닫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자기인 ‘나’와 나머지 세상의 분리에 대한 이원론적 믿음이 형성된 것은 자신과 경험한 바깥세상 간에 뚜렷하고 지속가능한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심각한 문제는 분리의 실존적 의미는 자신을 향상시켜줄 것을 향해 놀랍도록 다양하고 신비로운 탐욕과 혐오의 세계를 열어왔다는 것이다.

욕망과 두려움은 자신을 보호하고 번성하게 하는 매우 자연스런 삶의 에너지이지만 욕망과 두려움이 인간의 정체성이 될 때 불완전하고 세계로부터 분리된 개체로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므로 본연의 존재로서의 충만함은 맛볼 수가 없게 된다.

만약 우리의 삶이 의존성과 불완전성에만 매달리게 된다면 스스로 호기심을 포기하는 꼴이 되어 자기 발전은 멀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만약 자신을 무기력하여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면 ‘뭔가 잘못됐어.’라는 보편적 의미가 ‘난 뭔가 잘못됐어.’로 쉽게 굳어져 버리기 때문에 ‘나’는 결함이 있는 존재로서의 자기 삶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생존하는 모든 존재가 공유하고 있는 연약함을 느끼고 경험함으로써 순수의식인 참 자아를 잃게 된다면 인간 스스로 우주로부터 섭취해야 할 자양분을 거부하는 것이다.

불완전함은 우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라는 존재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자신의 불완전함에 집착하여 자기 인생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혐오와 수치심의 감옥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어리석음에서 오는 슬픔만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능력도 볼 수 있으므로 삶이 주는 희망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올바로 받아들여서 불완전함에 대한 근심 걱정을 털어버리게 되면 욕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달라지려고 아우성이거나 잘못에 두려워하는데 빠져 참자아적인 진정한 자기 삶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불완전함을 올바로 받아들이면 탐욕과 좌절에 고통 받고, 내적 자양분과 회복의 원천인 참 자아로부터 단절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주와의 분리감은 인간 존재의 조건에 내재된 속성이기는 하지만 깨닫는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과의 전쟁을 멈추고 우리 삶을 자비로운 마음과 연결하도록 사랑의 정원인 우주에 우리 자신을 다시 심어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