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어업인-中 자본…총성없는 '전복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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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어업인-中 자본…총성없는 '전복 전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5.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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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싹쓸이 매입' 국내 상거래 질서 붕괴 우려
다른나라 수출시 수익 적어 산업 붕괴 가속…도 딜레마

[전남=광주타임즈] 황종성 기자 = 국내 전복 주산지인 전남의 어업인들과 중국 거대 자본이 전복 가공·유통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기업이 직접 양식이 여의치 않자 대량 매입 후 가공·유통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어업인과 관련 기업에서는 '싹쓸이 매입'에 따른 상거래 질서 붕괴 등을 우려하며 중국 자본이 몰고올 파장에 요의주시하고 있다.

22일 전남도와 진도군 등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수산가공회사인 ㈜대련 장자도 어업집단유한공사(이하 장자도그룹)는 총 2억 달러(2200억 원)를 투입해 진도 조도면과 진도읍 해역에 수산물 가공공장과 해삼 종묘배양장, 냉동창고를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 2010년 진도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어 이듬해에는 어류와 해삼을 대상으로 한 양식어업 승인도 받았다. 초기자금 115억 원으로 사업부지를 매입하고, 진도에 현지 사무소까지 차렸다.

국내 전복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전남지역에 가공·유통 거점을 구축한 뒤 매년 500t 가량의 전복 치패와 중간패를 매입·가공한 다음 중국으로 유통시키겠다는 복안이다.

500t은 진도지역 연간 전복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장자도그룹 측은 본국의 전복수요가 늘자 지난해 10월 기존 어업 승인을 전복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어업권 변경을 요구했으나 전남도가 국가적 관심사인 '전복 양식섬'과의 중복투자를 우려해 불승인하자 양식은 포기하는 대신, 전복 수출과 해삼종묘 생산 쪽으로 전략을 변경한 상태다.

중국 거대 자본이 공격적으로 국내 전복시장 진출을 노리자 현지 어업인과 관련 기업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억 중국인의 식탁과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산전복을 대량 매입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강화돼 국내 전복시장에 지각변동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전복산업연합회는 최근 박준영 전남도지사에게 보낸 탄원서를 통해 "장자도그룹 측이 매입한 국산 전복이 중국으로 수입된다고는 하나 궁극적으로는 상거래 질서 혼란이 초래되고 중국 이외 나라로 수출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 감소와 국내 전복산업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연합회 노태연 사무국장은 "말그대로 국경없는 전복전쟁"이라며 "진도를 발판으로 신안, 해남을 거쳐 결국 '전복 1번지' 완도까지 진출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극도의 경계심을 내비쳤다.

노 국장은 "중국기업의 국산 전복매입률이 20%를 넘길 경우 국내 전복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완도에만 50여 곳에 이르는 전복유통 회사는 물론 가공업체까지 줄줄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중국기업의 현지 전복양식은 여러면에서 우려감이 커 관련 어업면허는 승인하지 않았지만 가공과 유통은 또 다른 문제"라며 "중국 자본이 미칠 여파를 다각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어업통계상 전남지역 전복생산량은 6500t으로 전국 생산량(6700t)의 9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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