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격리 보성 마을, 창살없는 감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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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격리 보성 마을, 창살없는 감옥살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6.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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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래 끊긴채 적막감 가득, ‘초상집’분위기
주민들 “한창 바쁜 농사철인데…” 한숨만
무릎 수술 노인들 치료 못받아 고통 호소

[보성=광주타임즈]최광주 기자="무릎 수술한 노인들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주민 왕래마저 끊겨 적막감만 가득하네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로 인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째 출입 통제가 되고 있는 전남 보성군 한 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 마을 이장 A(75·여)씨는 이날 오전 뉴시스와 통화에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모습을 전했다.

A씨는 현재 격리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확진환자의 상태를 먼저 물었다.

그는 "보건소에서 매일 2차례 마을에 들어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진하고 있는데 확진환자의 상태에서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이어 "성실했던 분인데 좋지않은 일이 생겨 안타깝다. 주민들도 그 사람(확진환자)에 대한 원망은 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확진환자는 열이 내리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주민에 대한 1차 메르스 감염여부 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A씨는 "확진환자의 부인을 비롯해 마을 주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한시름 놓게 됐는데 출입통제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걱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내기를 못한 주민들도 있고, 미리 (모내기를) 한 주민은 논에 거름을 해야 하는데 나갈수가 없어 근심이 가득하다"고 덧붙였다.

또 "마을 밖에 있는 논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안쪽에 있는 논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없고 주민들도 집밖으로 나가지 못해 풀만 자라있다. 밭에 고추나 콩도 심어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 간 왕래가 끊긴데다 일부 노인은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교도 가지 못해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A씨는 "통제되기 전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전화로 확인을 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약이 떨어져 보건소 직원에게 부탁해 구입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무릎 수술을 받은 노인 3명은 매일 운동을 해야 하는데 집에만 머물고 있어 '다리가 붓고, 수술 받기 전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 진 것 같다'고 하소연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동네에서 놀면 주민들이 과자를 사주기도 하며 많이 예뻐했는데 학생들마저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마을 전체가 초상집 같다. 감옥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하느냐"며 푸념했다.

보성보건소 관계자는 "1차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메르스 잠복기가 2주이기 때문에 오는 20일까지는 출입통제가 지속된다. 추가 확진환자가 없으면 논의를 통해 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통제기간 발생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군에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마을의 확진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뒤 이달 7일 격리 통보를 받고 국가지정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보성과 여수, 순천, 고흥, 광주를 오가며 수백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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