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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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의 위기
  • 광주타임즈
  • 승인 2012.11.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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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전을 보며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 정당정치에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는 대의정치고, 그 대의정치는 여야 복수 정당에 의한 정당정치이다. 그런데 그 정당정치가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유력한 무소속후보가 등장해서 야당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선 것이다.
무소속 후보가 야권 후보로 선정되었을 경우, 기존 상대 후보의 당에 입당을 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는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하나인 ‘국민투표’와 같은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여당의 정강 정책에 대해서 신임을 표할 것이냐, 무소속후보 개인에게 국가의 통치권을 백지 위임할 것이냐를 묻는 선거가 된다는 이야기다. 선거야 어떻게든 치러지겠지만 그 이후가 더 문제다.
SNS의 발달로 국가의 정치적 현안에 대한 국민들 상호 간의 의사 전달이 신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시시각각으로 각종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여론을 등에 업고 자기들의 정치적인 주장을 관철하려고 시위에 나서는 단체들도 많고, 이를 정치 제도권에서 수용하는 일도 잦다.

이런 현상을 보고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가 마치 21세기의 한국에서도 실현될 것처럼 흥분하고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정치적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표출되는 민중의 의사를 우리 현실 정치에 바로 수용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적 제도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의 모든 문제를 처리하는데 지금까지 국민 개개인의 뜻을 그때그때 직접 파악하고, 다수 의견을 집약해 내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려 불가피하게 대의 정치제도를 채택해 왔지만, 21세기 전자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직접민주주의 정치제도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선까지 와 있다고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의 밑바닥에는 직접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보다 국민의 의사를 더 정확히 그리고 정당하게 반영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에 의한 정치가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사회를 위한 최선의 정치라는 믿음은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 정치는 ‘중우정치(衆愚政治)\'였다. 어리석은 시민들은 야심을 품은 정략배들의 선동에 언제나 쉽사리 휘둘려서 참주(僭主)의 등장과 발호를 초래했고, 능력 있는 인재와 현자들을 국외로 추방하거나 사형에 처해 도시국가를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2차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테미스토클레스를 도편추방하고, 페로폰네소스전에 패배한 뒤에 현자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한 것 등이다.

이러한 아테네의 중우정치의 폐해를 피할 수 있는 정치 제도로 등장한 것이 바로 로마의 원로원 제도였다. 로마 왕정의 뒤를 이은 공화정의 핵심 제도로 다수 원로 의원의 토론에 의하여 나라의 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한 두 사람의 집정관의 전횡으로 범할 수 있는 실책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폭넓은 의제를 여러 전문가에 의하여 축조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 제도가 제정으로 넘어가서도 서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존속하면서 기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에서 17세기 ‘명예혁명’을 통해 그 기초가 성립된 대의민주주의 제도는, 18세기 미국의 독립, 프랑스 혁명을 거쳐 20세기에 이르도록 꾸준히 확충 보완되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의 변화가 급격히 진행될 때 요동치는 민심을 정당들이 정강 정책 등으로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할 때이다. 이러할 때 흔히 대두하는 것이 직접민주주의 제도에 의한 우회적인 해결방안이다. 그렇지만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자칫 남용되다 보면 바이마르공화국에서 나치 정권이 등장한 것과 같이 비민주적인 세력의 발호를 초래하기 쉽다.

이번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나오든 정당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정당 정치가 시급히 수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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