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들, 국가정보화사업 ‘졸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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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들, 국가정보화사업 ‘졸속 추진’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6.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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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등 충분한 검토없이 사업 확대·유사 중복 시스템 구축
감사원 “교육·국토·농식품부 등 총 4000억원 국민 혈세 낭비”
[사회=광주타임즈]정부기관들이 국가정보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졸속 추진하거나 유사·중복 시스템 구축으로 약 4000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정부 및 지자체에서 운용 중인 1만8000여개의 정보시스템 중 규모가 큰 6개 기관의 14개 정보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총 4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찰청은 2005년부터 26개 도시에 약 2560억원을 들여 구축한 도시교통정보시스템(UTIS)을 확대키로 결정하면서 UTIS용 차량단말기 보급상황과 자문위원회 의견, 민간부문과의 중복투자 여부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UTIS는 차량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차량 소통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당시 자문위는 스마트폰과 교통정보 앱 보급에 따라 차량단말기 시장이 위축되는 추세를 사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UTIS용 차량단말기 보급 대수도 7만대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해당 사업에 2022년까지 1600억원을 추가 투입, 62개 도시로 확대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사업대상 영역 중 9개 도시를 대상으로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모두 1.0에 미달하는 등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 사업비 2560억원 뿐만 아니라 1600억원의 추가 사업비까지 낭비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부의 에듀팟(Edupot)도 사용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듀팟은 중·고교생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해 대학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216억여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2010년 10월 기준으로 에듀팟을 1회 이상 사용한 비율은 중고생 101만여명 중 6.2%(6만3000여명)에 그쳤으며 시스템에 가입한 교사 12만여명의 사용비율은 0.87%(1000만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에듀팟 자료를 활용한 대학도 4년제 199개 중 4곳(2%) 뿐이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사용률을 높일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2012년 120억원을 들여 하드웨어를 증설하는 등 시스템 규모만 확대하는 바람에 연간 12억여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게 됐다.

◇국토부·농림부도 시스템 '부실' 구축으로 예산낭비

국토부의 경우 자동차 체납금 납부·압류 해제를 관리하기 위한 '자동차 일괄 압류해제·납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기존 시스템과 중복된다는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자치부의 위택스시스템에 경찰청 등의 수납시스템을 연계하면 5억원 정도의 비용으로도 국토부 시스템과 동일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시스템을 중복 구축하는 바람에 46억여원의 사업비가 낭비되고 시스템 유지 보수비와 콜센터운영비 등에도 매년 31억여원이 투입돼햐 하는 상황이다.

농림부가 쌀직불금 지급을 위해 구축한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은 국토부의 국토종합정보시스템 등과 연계되지 않아 보조금 지급 업무가 부정확하게 수행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토부 시스템과 연계되면 필요한 자료들이 자동으로 전산처리되지만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농지면적이 잘못 입력되거나 보조금 신청자가 국·공유지를 무단 경작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농지면적이 잘못 입력돼 과다 지급된 쌀직불금이 1억여원, 국·공유지 무단 경작자에게 잘못 지급된 돈이 52억여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380여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정보시스템은 구축방식에 대한 용역검토가 부실하게 이뤄진 탓에 네트워크 과부하와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도 대규모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다른 사업에 재활용이 가능한 시스템 자원을 제외하면 이번 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지적된 정보화사업의 예산낭비 규모는 총 4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했다.

유병호 감사원 IT감사단장은 "앞으로 대형투자 사업에서 수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사례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께 후속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고의나 중과실로 예산낭비를 초래한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중한 징계 및 민형사상 책임까지 고려하고 유사·중복 사업의 통폐합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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