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학생들이 쓴 세월호 추모글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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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학생들이 쓴 세월호 추모글 '뭉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4.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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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광주타임즈]박성민 기자="기다렸습니다. 그 추운 곳에서/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손을 잡아 이끌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들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추위에 덜덜 떨면서/ 기다렸습니다.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어서." (진도 고성중 2학년 신모군)

2014년 4월16일. '보배로운 섬' 진도(珍島)는 세월호 참사로 한 순간에 통곡어린 슬픔의 바다로 변했다. 팽목항·맹골수도·동거차도·서망항·진도체육관….

진도 학생들에게도 세월호는 씻을 수 없는 시대적 아픔의 대명사가 됐고 지난 1년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 마냥 기다림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세월호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진도지역 학생들은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학교별로 추모의 편지나 시를 쓰고, 노란 리본을 착용하고 다양한 계기교육을 받으며 그 날의 슬픔과 교훈을 되새겼다.

21개 초·중·고등학교 2200여 학생들이 참여했고, 전체 교직원이 동참한 학교도 여러곳에 이른다. 학교나 교사들이 주도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생회가 주관했다.

고성중학교 2학년 신모(15)군은 '기다림'이라는 자작시를 통해 차디 찬 바다 한 가운데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그리며 구조의 순간만을 바랐을 희생자들의 순박한 기다림을 애절하게 담아냈다.

같은 학년 박모(16)양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울며 불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을 탑승자들. 악마의 목소리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잔인하고 무책임한 그 말. 그들은 아직도 깊고 추운 바닷 속에서 우리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썼다.

그러면서 "잊지 않겠습니다. 1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평생 동안…"이라고 글을 맺었다.

진도고 2학년 박모(17)은 '하늘로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지만 진실은 침몰되지 않았다"며 "반짝이는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나보낸 지 벌써 1년. 열심히 기억하며 잊지 않을께. 더 좋은 세상에서 만나. 보고 싶다"고 했다. 편지지 상단에는 큼지막한 노란 리본과 함께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글귀도 새겨 넣었다.

학생들은 허술한 구조, 무책임한 대응으로 화를 키운 정부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박군은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국가는 성역없는 진상 규명, 사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또래 여학생은 "이 일은 정부에서 해결해 주고 국민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유가족들에 대한 응원의 글도 빠트리지 않았다.

한 학생은 "학교가 (침몰 현장에) 가까이 자리잡고 있어도 왠지 가면 위로는커녕 제가 울어 버릴 거라는 생각에, 교복입은 학생을 보면 유가족이나 실종자 부모의 마음을 더 슬프게 할 것 같아 바로 가보지 못했다"며 "부디 힘내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진도실고는 교내에 '애도의 벽'과 '희망나무'를 조성해 억울해서, 엄마·아빠·가족이 보고 싶어서 차마 이 세상을 뜨지 못하고, 차가운 맹골수도 바다 주변을 맴돌고 있을 '어린 영혼'들에게 위로의 글을 남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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