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석기 前의원 상고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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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석기 前의원 상고기각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1.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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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헌재, 대법원 최종 판결 기다려야"

대법원, RO 인정 안해…헌재와 배치
내란음모는 ‘무죄’ · 내란선동은 ‘유죄’
헌재, 실체 없는 RO 근거로 정당해산
정당해산 헌재 결정 타당성 논란 가중

[정치=광주타임즈]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22일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의 상고심에서 지하혁명조직(RO·Revoul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의 타당성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RO를 진보당 내 주도세력으로 규정, 이를 근거로 정당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헌재가 이 전 의원 등의 내란음모죄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정당해산을 결정한 것은 "순리를 거스른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진보당이 헌재 결정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국가정보원 제보자 이모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RO라는 조직의 결성시기와 과정, 조직체계, 130여명의 사람들이 조직의 지침에 따라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을 인정할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RO의 실체에 대한 근거는 국정원 제보자 이씨가 제공한 2011년부터 2013년 9월까지 RO와 관련된 녹음파일과 동영상 등이 전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씨의 진술은 단순한 추측이나 의견에 불과하고 녹음파일 등도 RO의 실체를 인정할만한 충분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령, 목적, 지휘통솔체계, 조직보위체계를 갖춘 특별한 조직이 존재하고 (회합에 참석했던) 130여명이 해당 조직의 구성원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RO의 조직 체계 등에 대한 제보자의 진술은 상당 부분 추측이나 의견에 해당돼 그 증명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RO에 언제 가입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각 참석자들을 RO의 구성원이라 볼 만큼 엄격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2월 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RO의 실체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관련 모임을 '내란 관련 회합'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이 전 의원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면서 전쟁이 발생했을 때 북한에 동조해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등 폭력 수단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 주도로 RO 회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구체적, 실질적 위험으로까진 나아가지 않았다고 판단해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하고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원 등이 RO 회합에서 했던 발언만으로는 내란음모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내란음모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개별 범죄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합의까지 아니더라도 공격의 대상·목표·방법 등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와 같은 합의의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 전 의원 등이 내란을 사전에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합 참석자들이 '전쟁 상황시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물질적 준비방안을 마련하라'는 이 전 의원의 발언에 호응해 선전전, 정보전,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하긴 했지만 1회적인 토론의 범위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내란의 실행으로 나아가려는 합치적 의사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선동은 감정을 자극하는 추상적인 표현으로도 가능한 만큼 유죄가 인정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내란선동죄는 범죄행위의 시기·대상·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선동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다, 객관적인 정황을 고려할 때 선동의 상대방이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인 범죄행위를 결의·실행할 개연성이 인정되면 충분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 등의 발언은 회합 참석자들의 행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참석자들은 실제로 이에 호응해 전쟁이 발발할 것을 예상하고 국가기간시설파괴, 무기 제조와 탈취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며 "이는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 내란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충동과 격려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며 그 자체로서 내란선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지난해 RO를 '주도세력'이라고 규정, 진보당을 해산시켰던 헌재는 사실상 '실체도 없는 조직'을 근거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당을 해산시킨 모양새가 됐다.

문제는 이런 상황은 진보당이 헌재 결정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할 빌미가 될 것이란 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의 기본적 전제는 내란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갖췄다는 점이었다"며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해산결정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깎아내린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헌재는 헌법에 따라 판단한 것인 만큼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에 따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법률이 아무리 효력을 가지고 있어도 헌법이 정한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대법원은 헌재가 결정한 사안을 가지고 판단해 RO의 실체를 인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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