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세월호 안전문제 제기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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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세월호 안전문제 제기 ‘묵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8.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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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마나호 선장 “과적문제 보고 불구 ‘짐 더실어라’”
“물류팀장, 세월호 사고 이후 보고서 삭제 지시”
[광주=광주타임즈]양승만 기자=세월호와 쌍둥이배인 오하마나호의 선장이 증축으로 인해 복원성이 약해진 오하마나호의 안전 문제를 지난 2008년 보고서로 작성,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에 전달했으나 묵살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선장은 보고서에서 지적했던 문제가 오하마나호보다 훨씬 과도하게 증축된 세월호에도 적용될 수 있었으나 청해진해운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채 "짐을 더 싣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7일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세월호 이준석(69) 선장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1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법정에 선 오하마나호 선장 박모(51)씨는 지난 2008년 10월14일 청해진해운의 해무부장과 청해진 해운 제주지역본부장, 각 화물영업팀장에게 '오하마나호의 선적 가능량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보고서에는 '증축 이후 선박 상부에 다수의 화물을 실으면 복원력이 크게 훼손된다. 선박안전 운항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원성 확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많은 화물을 실을 경우 작은 조타각에도 선체가 심하게 경사를 일으키고 타를 사용하는데 있어 항해자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배가 기울면 화물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위급 상황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씨는 '보고서 내용이 증축으로 인해 복원성이 약해진 세월호에도 적용될 수 있냐'는 취지의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보고서를 현재 청해진해운의 물류팀장인 남모씨 등에게 제출했으나 회사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박씨의 증언이다.

박씨는 "오히려 회사가 이후 화물을 더 실으라고 해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며 "힘없는 사람이라 짐을 안 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사고가 터지기 5년여 전부터 오하마나호의 사례를 통해 증축에 따른 과적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물류팀장인 남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 뒤인 4월18일께 오하마나호 선장 박씨에게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없애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씨는 "사고 이후 영업팀에 갔을 때 남 팀장이 세월호 원인 침몰 원인에 대해 물어와 우리 배보다 (세월호가) 더 증축됐는데 과적 안했습니까라고 답변하자 과적이라는 말은 하지말라고 다그쳤다"며 "보고서는 지우라고 지시했다. '네'라고만 대답하고 지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급격한 변침 등 조타 잘못에 의해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그 원인을 놓고 변호인과 검찰 간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증인석에 앉은 청해진해운 물류팀 김모(구속기소)씨는 세월호의 과적을 인정했다.

김씨는 "가능하면 빈 공간이 없도록 화물을 적재했다. 화물을 적재할 때 세월호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며 "중량이 큰 화물의 경우 선장 등과 적재 위치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과적하면 복원성이 좋지않은 세월호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는 "그렇다. 현장 직원이라면 거의 다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못 싣겠다. 이건 안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들어본적 없다"고 답하는 등 평소 과적이 자주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김씨는 "김한식 사장 재직 이전부터 '화물을 많이 실어라'는 회사 분위기가 있었다"며 "물류팀이 (회사)매출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의 기대감도 있어 화물을 많이 싣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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