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못 버텨”…의정 싸움에 대학들 인내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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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못 버텨”…의정 싸움에 대학들 인내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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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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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의대생 내년 안 돌아오면 학칙 따라 처분”
입장 나오자 ‘의료계 자극할라’ 대학가 노심초사
“내년 휴학 연장 무슨 근거로 막나…더는 감당 못해”
지난 30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의시가운이 걸려있다. /뉴시스
지난 30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의시가운이 걸려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 정부가 의대생들의 휴학 처리를 대학에 맡기면서도 '동맹휴학 불허', '엄정 처분'을 거론하면서 대학가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다 내년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등록금 결손과 휴학 연장 문제로 학내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있고, 학생들이 일시에 몰리는 의대 교육환경 과밀 문제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의 '의대생 휴학 자율 처리' 방침이 나온 이후 전날까지 고려대·연세대·연세대 원주가 집단 휴학 신청을 승인하고 나머지 대학들도 휴학 승인 처리 절차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일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 때 요구했던 '내년 복귀한다'는 증빙을 대학이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학가에선 휴학 승인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교육부 발표 동시에 휴학을 일괄 승인한 대학은 아직 소수다. 일부는 복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한 영남권 국립대 관계자는 "임계점까지 갈 정도로 최대한 복귀를 설득하고,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11월 중 휴학을 승인할 텐데 방법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노력으로 의대생들이 소수라도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규모를 예측할 수 없지만 대다수는 휴학할 것이고 일부는 복귀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휴학이 받아들여져 더는 의대생들이 학칙상 휴학을 연장할 수 없을 것이고,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면 엄정 조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29일 보도참고자료를 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총장들도 '내년 대다수 학생들이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운영 대학 40곳 중 37곳이 학칙으로 2개 학기(1년)를 초과하는 휴학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관계자들 대다수도 정부의 휴학 자율 승인 허용 방침을 반기며 사태가 수습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이 내년에는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학은 감당할 여력이 없는데, 정부가 동맹휴학 불허나 휴학 연장 금지를 시사하고 나서며 의대생들을 자극해 의정갈등을 끌고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휴학은 일종의 권리인데 무슨 근거로 연장을 거부하느냐"며 "(내년 휴학 연장 불허는) 이 사태를 내년까지 끌고 간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교육부가 대학들을 말려 죽이려 그러는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학 받아주면 등록금은 고스란히 결손"이라며 "작은 사립대는 연간 수십억원 수준이지만 규모가 큰 대학들은 이걸 감당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방 국립대 한 처장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휴학을 승인했다는데 돈이 많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며 "살림이 빠듯한데 병원도 적자라 돈이 안 나오는데 의대생들 휴학을 처리해주고 다른 학생들 등록금으로 그 결손을 메운다는 건 간단치 않다"고 토로했다.

통상 대학 학칙에 따라 일정 시점이 지나 휴학이 받아들여지면 등록금은 이월된다. 대학은 올해 휴학한 의대생 대부분의 등록금을 내년에 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이런 반응은 휴학 승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그만큼 대학들이 의대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는 토로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금 등록금 걱정된다고 대놓고 말할 때가 아니지만 대학 살림하는 입장에서 속으로는 끙끙 앓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너무 총체적인 난국에 봉착을 하니까 지금은 등록금 결손 이런 걸 떠나서 의정갈등을 빨리 수습하는 게 최상"이라고 말했다.

비슷하게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의대 교육 여건에 대한 문제도 '불부터 끄자'는 반응이 나온다.

의료계 일각에선 올해 예과 1학년(24학번)이 내년에 복학하면 증원돼 규모가 더 불어난 신입생(25학번)과 수업을 동시에 들으면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해당 학생들은 당장 교양수업 위주인 예과 1·2학년이라 분반을 개설하거나 대형강의를 편성하는 방식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 호남권 대학 관계자는 "내년도에 학생들이 동의하고 의대에서 교육과정을 만들면 거론되는 '5.5년제' 방식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교원도 솔직히 부족하지는 않고 강의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내년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때는 수업 여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뒤따라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올해 학생들과 내년 신입생들을 같이 받아 수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문제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사립대 관계자는 "학교 측 입장 뿐만 아니라 학생들 입장에서도 손실이 너무 크다"며 "1년은 반수를 하거나 여행을 다니며 메꿀 수 있다지만 젊은 시기에 2년 공백은 손실로서는 너무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정시 증원분을 반납하자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2026학년도에는 증원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타협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환자들도 학생들도 대학도 지쳐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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