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한국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2, 3분기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1을 기록했을 때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이다.
지난해 4분기는 이 제목보다 더 비관적인 숫자가 나왔다. 합계출산율 0.65 처음으로 0.7선도 깨졌다. 통계가 나올 때마다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쓰는 게 우리나라 출산 관련 통계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로 전망됐지만 이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저출산은 모든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며,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유일한 나라로 그 심각성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문제는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군 병력 부족, 대학 진학 인구의 감소, 지방 소멸 현상 가속화, 노동력 부족 등은 벌써 우리 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인구절벽의 나락으로 떨어져 진짜로 대한민국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심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걸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달 정부가 아이를 낳은 국민에게 자산·소득과 무관하게 자녀 1인당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출산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단순 돈 뿌리기’로는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집값이 비싸서 애를 못 낳는다’라고 하기엔 다른 나라 사정과 비교된다. 대한민국만큼, 혹은 대한민국보다 중심지 집값이 비싼 국가의 국민들도 한국인보다는 아이를 많이 낳는다. ‘임금 때문’이라고 하기엔 대한민국보다 평균임금이나 최저임금이 훨씬 낮은 국가 국민들도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또 국내만 기준으로 봐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던 과거가 오히려 지금보다 출산율이 높았다. 출산을 기피하는데 경제적 문제가 주요 변수인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 요소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적인 현실이 된 지 오래인데 여전히 육아 때문에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승진 등 회사 내에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과 똑같지만, 눈치를 봐야 하고 향후 커리어에 영향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저출산 대응 방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출산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및 육아휴가를 보장하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육시설의 확충과 질적 개선을 통해 부모들이 안정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출산 후 교육을 받는 부모들을 위해 교육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해 출산과 육아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출산 후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산 장려금 외에도 육아비용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부모들이 출산과 육아를 더욱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문화적 시선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부모들이 출산과 육아를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지금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통해 ‘임신·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되는 사회적 환경 조성’을 위해선 단순한 일회성 경제적 지원을 넘어 문화적, 사회 구조적으로 총체적 변화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