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숲을 위해
상태바
아름다운 숲을 위해
  • 광주타임즈
  • 승인 2024.03.26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요즈음 숲에 들면 아기자기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고사리와 각종 산나물이 여기저기 무성하게 봄을 시샘하듯 빈 땅을 덮어가고 있고, 나무마다 꽃눈들이 세수하고 얼굴 내밀기 바쁘고, 잎눈들은 100m 달리기 출발신호를 기다리듯 호흡조절을 하기에 바쁜 눈치다.

숲에는 온갖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중에는 크고 아름다운 멋진 나무들도 있고, 작고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나무들도 있다. 

하지만 키가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 발치를 내주고, 곧은 것 곁에서 굽은 가지도 함께 하고 가늘고 굵은 것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기대거나 얽혀 살고 있다. 거기다 산 것과 죽은 것마저도 서로 주고받으며 비바람을 벗 삼아 산다. 들짐승 날짐승들도 서로 다투고 싸우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냉정한 원칙 속에서 공생하고 있다. 

숲은 하나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롭고 강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해로운 것과 유익한 것이 있고, 힘센 놈과 약한 놈,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하는 곳이다. 숲은 모든 것을 허락하고 또 스스로 정제한다. 아름답고 미운 것, 좋고 나쁜 것, 강하고 약한 것, 산 것과 죽은 것, 모두 허락된다. 이처럼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진 것이 숲이다. 

우리의 생각으로 쉬이 판단하고 함부로 생각할지라도 그곳에 존재하는 존재 이유가, 그리고 상생해나가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숲은 한 가지만 고집하느라 다른 것을 파괴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숲이 아니다.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빛을 내는 숲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현실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의 지혜를 모으고 서로를 위해서 노력할 때다. 국가나 사회 그리고 가정이 소통하고 화합할 때 이룰 수 없는 일들도 성취할 수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가 화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중심적인 생각만 하는 아집과 자기 생각과 행동만이 최고이고 남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 좁은 생각 때문이다. 

강물이 느리게 흐르면서 서서히 지형을 바꾸고, 숲도 서두르지 않으면서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가. 내 것만을 고집하다 보면 이웃이 피해를 보고 이웃이 망하면 그 여파가 내게도 온다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따갑다.

잘 듣기 위해 두 개의 귀가 있고, 말을 아끼라고 하나의 입이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언제나 약자가 소외되기 쉽다. 억울해서 하는 한풀이가 아니라 성숙한 자세로 각자의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하겠다. 들어줘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일이다.

숲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모습과 소리를 내지만 은은하게 살아 숨 쉰다.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면서 내는 소리야말로 조화로운 소리다. 그렇지 않은 소리는 소음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평화, 우리 이웃의 행복을 위해서는 숲이 각자의 생태계를 이루듯이 탐욕에만 물든 인간의 발길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하나는 모두를 위한 사람의 숲이 돼야 하고, 숲의 큰 나무가 숲을 독점해 키 작은 나무들이 죽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때로는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뒤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삶은 늘 갈등과 반목이 넘쳐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기중심적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