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지역인재 의무선발 비율 현행 40%서 더 확대 할 것”
[광주타임즈]=정부가 10년 뒤인 2035년에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10년 동안 매년 1500명씩 늘려야 하는 수치다.
정부는 근무조건이 좋은 장기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빠르게 도입해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의사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 의무선발 비율도 현행 40%에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오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8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필수의료 4대 정책패키지를 공개했다.
■ “10년 후 의사 수급, 증원 규모 중요한 판단기준”
윤 대통령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이런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라고 필수의료 붕괴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4대 정책패키지는 무너져가는 우리 의료체계를 바로세워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의 일환임과 아울러 우리 대한민국의 의료 산업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이라고 정책 패키지 취지를 설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국민 누구나 필요할 때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담대한 의료개혁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올해 고3이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한다. 발표 시기는 설 연휴 전후가 유력하지만 이날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전문가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후인 2035년에는 1만5000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수급을 고려해 현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대정원을 충분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민생토론회에 앞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원칙적으로 기준점은 10년 후인 2035년 수급상황을 증원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증원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학년도는 2151명~2847명, 2030학년도는 2738~3953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로, 2025학년도에 1500명만 증원해도 현재 정원의 1.5배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오는 2025년 5년 단위로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 따라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충분한 임상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수련·면허체계도 개선한다. 필수·지역의료 임상실습을 조기 실시·확대하고 인턴제는 합리적 기간을 설정, 필수진료과목 및 일차의료 관련 수련기회를 확대한다.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36시간 연속근무를 축소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추진한다. 3년마다 수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권익 보호 창구도 설치한다.
전공의에 의존하는 현재 병원 체계를 전문의 중심 운영으로 전환하도록 인력구조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의사인력 확보기준에 전공의는 연 평균 일일 입원환자 20명당 의사 0.5명으로 낮춰 전문의 고용을 유도하고,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전임교수 정원은 대폭 확대한다.
전문의의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 등과의 업무범위를 재정립하고, 개원면허나 주기적인 진료 적합성 평가 등 의사면허 관리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내년이라도 시행 가능”
정책 패키지에는 지역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고 지역의료를 육성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다. 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 법안은 입학 단계부터 일정 기간 지역의사 근무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제시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대에 진학하거나 의사 면허를 딸 때 지자체 등과 지역의사 근무 조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대학과 지자체, 학생이 장학금과 수련비용, 정주여건을 지원하면서 일정기간 지역근무를 연계한 ‘지역의료리더 육성 프로그램’, 충분한 보수와 정주 여건 보장 등을 조건으로 장기근속을 계약하는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가 그 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법적인 의무가 아니라 본인 의사에 따라 계약을 맺고 지역 필수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올해 논의를 빨리 진행하면 내년에라도 당장 시행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분과 연계해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현행 40%에서 대폭 높일 방침이다. 현재는 법적으로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 4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올해 입시에서는 부산대, 전남대, 경상대 등 일부 국립대 의대는 입학정원 80%를 지역인재로 선발한 바 있다.
정부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료지도’ 기반으로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고, 향후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을 검토할 방침이다. 중증·응급 공백 해소 및 전달체계 효율화를 위해 거점병원 책임 아래 권역 내 병·의원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신설해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역할이 지역 의료 전달체계 개편 방향에 부합되도록 병원 대상 평가 방식도 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은 수도권 분원을 설치할 때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관리체계도 강화한다.
■의료개혁특위서 구조개혁 논의…”비장한 각오”
이번 정책 패키지에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형사처벌 감면 특례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분만 등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도 강화한다.
필수의료 분야에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출자해 필수의료 수가도 집중 인상한다. 비급여 시장의 의료체계 왜곡을 막기 위해 향후 비급여 진료는 급여진료의 건강보험 청구를 막는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고, 미용 의료 분야의 시술 자격을 개선하는 등 비급여 의료에 대한 관리를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4대 정책패키지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개혁 실천 로드맵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해 패키지 추진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개혁 의지를 밝혔다.
박 2차관은 “의대 증원 규모 등이 발표되면 의료계가 상당히 반발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의료개혁 청사진이 나온 만큼 이를 토대로 의사 인력 확충을 포함한 종합적인 의료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