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됐네”…71명 확진된 시골마을에 정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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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시 됐네”…71명 확진된 시골마을에 정적만
  • /뉴스1
  • 승인 2021.11.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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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금산면 마을…돌아다니는 주민 찾기 어려워
마을 밖 나가는 주민 발열체크까지…방역당국 ‘비상’
고흥군 금산면 코로나19 통제소. /고흥군청 제공
고흥군 금산면 코로나19 통제소. /고흥군청 제공

 

[광주타임즈]“청정지역이었는데 외지인 때문에 코로나19가 들어선 것 같아. 불안해도 어쩌겠어, 빨리 지나가길 빌 수밖에…”

2일 닷새 동안 7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고흥 금산면의 한 마을.

최근 이곳에는 주간보호센터와 미역 양식장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딩동댕동, 우리 마을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께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시고, 외출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을에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와 진단검사 유도 등의 안내방송이 주기적으로 울려 퍼졌다.

방역당국이 전날 마을 주민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한 탓인지, 읍내를 돌아다니는 주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온 오전 11시30분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는 손님은 단 2명뿐이었다.

시골에는 어르신이 많고 감염병에 대해 무뎌져 마스크를 끼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마스크 착용을 중요시 여겼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이 시간대에 손님이 이렇게 없었던 적이 없다”며 “코로나19가 동네 전체를 조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정지역에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나도 걸릴까 불안하다. 부디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을의 한 식당에는 6개의 테이블이 꽉 찬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이었고, 이들 또한 식사가 나오기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양모 할머니(69)는 “어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집 밖으로 나왔다”며 “안 그래도 조용한 시골이 코로나19때문에 유령도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양 할머니는 “다들 2차 접종까지 다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이 되니 불안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져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 2명은 귀가도 못 한 채 센터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다.

방역당국과 센터 이용자들의 인적사항 공유와 계속해서 들어오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이다 보니 너무 가까이는 오지 마세요”

멀찌감치 떨어져 대화를 나눈 주간보호센터 한 관계자는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위해 마련해둔 식료품이 있어 며칠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군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방역소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고흥에서 소록도를 지나 거금대교를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거금도의 한 마을이다.

고흥군은 전날 오전 거금대교 앞에 코로나19 검사 통제소를 설치, 오후부터 운영하고 있다.

통제소에서는 금산면 밖으로 벗어나는 모든 차량을 정차 시켜 탑승자의 발열체크를 하고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고흥 금산면에서는 총 7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타지역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 확진된 1명을 제외한 71명이 집단감염 등으로 조사됐다. 70명은 돌파감염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주간보호센터에서 38명, 미역양식업 24명, 전수검사 9명 등이다.

당초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2명이 발열체크 과정에서 고열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검사가 진행됐고 이후 미역양식장 2곳과 마을 주민 등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당초 서울지역 확진자에게 미역양식업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이 감염돼 이로 인해 주간보호센터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역학조사 중 전수검사 확진자 2명과 미역양식업 2명이 지난달 23일 고흥의 한 장례식장을 다녀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장례식장에 경기도 확진자가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한 방역당국은 서울지역 확진자가 아닌 경기도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장례식장에 다녀간 4명이 경기도 확진자와 접촉했고, 이들로 인해 미역양식장과 주간보호센터 등까지 감염이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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