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로 이겨낸 AI’ 화순 다솔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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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로 이겨낸 AI’ 화순 다솔농장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2.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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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한약재 등 자연 친화적 환경·사육 밀도 적절 ‘눈길’

[화순=광주타임즈]양인선 기자 = “AI, 걱정은 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 믿습니다”

16일 오전 전남 제1호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 받은 전남 화순군 남면 모후산 자락의 ‘다솔농장’.

전북발(發)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꼬박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날 ‘다솔농장’ 입구에도 AI 차단을 위해 차량 소독기가 설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눈이 내린 것 마냥 백색의 석회가루가 수북이 깔려있었다.

전남지역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외부 차량과 사람들의 농장 출입이 차단됐지만 농장을 지키기 위해 민석기(55) 다솔농장 대표는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화순군 역시 오리와 닭을 사육하는 농장 별로 하루 1~2번씩 방역 상태를 점검하며 AI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소 어수선한 입구 분위기와 달리 농장 내부는 평온했다. 닭이나 오리 사육 농가에서 맡을 수 있는 코를 찌르는 냄새도 없었다.

7000마리의 닭(산란계)은 모처럼 포근한 겨울 날씨 속에 흙이 깔린 농장 울타리 안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었다. 겨울철 일반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방기구도 ‘다솔농장’ 축사 5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 대표는 “날씨가 춥다고 폐사하지는 않기 때문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져도 오히려 축사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며 “동물들의 본성대로 최대한 자연 상태에서 뛰어놀며 추위도, 더위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란 닭은 그 만큼 면역력이 강해져 질병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는 게 민 대표의 소신이었다.

AI로부터 농장을 지키기 위한 방법도 이 같은 논리였다. 외부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만 막을 뿐 농장의 하루 일과는 평소와 다름없다고 민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AI 차단을 위해 거의 매일 축사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는 다른 농장들과의 차이였다.

민 대표는 축사 소독에 화학 약품 대신 유산균을 발효시켜 만든 가루를 사용했다. 축사 바닥에 1차적으로 뿌린 뒤 퇴비와 볏짚을 쌓고 다시 그 위에 유산균 발효 가루를 뿌려 축사를 소독했다.

닭이 마시는 물에는 자체적으로 만든 한약재를 섞는다. 이렇게 공 들여 키운 닭들은 높은 품질의 알을 만들어내며 농가에 고수익으로 보은(?)하고 있다.

연간 소득이 1억원을 훌쩍 넘지만 민 대표는 절대 사육하는 닭을 늘리지 않는다. 자연 친화적인 농장 환경과 적절한 사육 밀도 등으로 건강한 닭을 기르고 품질 좋은 알을 얻는 게 우선적인 목표이자 AI를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때문에 전남지역 곳곳에서 AI가 장기간 발생했던 2003년과 2006년, 2011년은 물론 올해도 AI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었다고 민 대표는 분석했다.

AI가 발생할 때마다 닭 또는 오리, 달걀의 판로가 막히고 가격이 곤두박질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일반 농가들과 달리 ‘다솔농장’은 매출이나 판로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2000년 농장 운영을 시작한 이후 10여 년간 고객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효과가 컸다.

민 대표는 “생산성을 위해 사육 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많은 닭을 키우는 것이 오히려 질병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닭이나 오리 농장은 AI 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 질병 10여 가지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상존해 있는데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초 체력이 강하고 면역력이 좋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복지라는 개념이 형식에 치우지지 않고 진정한 동물 복지가 돼야 한다”며 “소비자들과 이어진 신뢰의 끈은 AI 여파조차 끊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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