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 수사부서 기피..."업무 부담 늘고 이점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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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 수사부서 기피..."업무 부담 늘고 이점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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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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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종결' 서무 늘고 책임 무거워
'수사 경과' 보유자 비율 높지만 일선은 '인력난' 가중
"격무에 비해 이점 적다", "체계적 육성 절실" 목소리
광주·전남경찰청 전경
광주·전남경찰청 전경

 

[광주타임즈]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개정 입법 시행 한 달을 맞았다. 하지만 격무와 과중한 책임,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광주·전남의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 빚어지고 있다.

수사권 강화에 걸맞게 수사관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여건을 마련하고 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수사 부서는 형사과(형사·강력팀), 수사과(경제·지능·사이버범죄 수사팀),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 교통사고조사계(사고조사팀·교통범죄수사팀) 등이다.

인사지침상 형사과·수사과에는 경정급 이하 경찰 공무원이 응시하는 형사법 능력평가 시험에 합격한 '수사 경과' 자격 취득자만 근무할 수 있다.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교통사고조사계는 추후 '수사 경과' 취득을 전제로 발령 받는다.

 수사 부서 정원은 광주청 940여명, 전남청이 1180여명이다. '수사 경과' 보유 경찰관 수는 광주와 전남이 각각 1130명, 1071명이다. 수사 부서 정원 대비 '수사 경과 보유 비율'은 광주청 120%, 전남청 91%다.

전남청은 지난해까지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수사 경과' 신규 취득 추이를 고려, 장기간 비수사 부서에 근무한 '수사 경과' 보유자의 자격을 해제했다.

광주청도 장기간 수사 부서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수사 경과' 보유자를 제외하면 실제 비율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수사 경과' 보유 경찰관이 수사 부서에 배치돼야 하지만, 부서별 지원자 수가 적어 빈 자리를 메꾸기에 급급하다. 경제팀 등 일부 부서에는 '수사 경과'가 없는 경찰관이 배치되는 일도 흔하다.

경위가 경감급 보직인 팀장 직무 대리를 맡는 수사팀도 있다. 경감급 지원자가 몰려 팀원으로 내려앉기도 한 일부 지구대와는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광주 일선 경찰서 경제팀에는 수사 경과를 보유하지 못한 직원이 정원의 절반에 달한다. 수사 경력이 풍부한 경찰관들(다른 부서 발령 희망)을 붙잡아 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의 이유로 올해부터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주어지면서 서류 업무 급증과 고도의 수사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이 꼽히고 있다.

법 개정 이후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려 수사를 1차로 종결할 수 있다. 검사는 재수사 또는 개선 요청을 할 수 있다.

법 개정 이전엔 동일 사건에서 복수의 피혐의자에 대한 서류를 하나로 병합·작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송치' 여부를 기준으로 각각의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검사의 서류 보완 등 시정 요구도 늘고 있어 업무 부담이 커졌다.

어느 수사관은 "1차 수사 종결권이 아니라 '복사권'을 (경찰에)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류 수백장을 복사하고 갖춰 처분 관련 업무를 해야 한다. 정작 민원인 응대, 사건 수사에 필요한 시간조차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수사 심사 업무를 맡은 간부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 종결 서류를 보완토록 지시하고 있다. 형식상 '요청'이지, 행위 자체는 '지휘'다. 경찰이 수사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보다는 잡무와 책임감만 늘어난 격이다"고 했다.

경제팀 소속 수사관은 "수사 종결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경제 범죄는 '돈'이 달린 문제라 민감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수사 민원에 따른 불이익 위험은 높지만 이점은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15년 넘게 수사 업무를 한 경관은 "경험이 부족한 후임 경찰관을 챙겨줄 틈도 없이 바쁘다. 수사 사건과 관련 업무는 늘어난 반면, 수사 역량 발전은 더디다"며 "걸핏하면 다른 부서로 옮긴다. 수사 노하우 전수도 제대로 안 된다"고 했다.

 수사 부서에서 일하다가 인사 발령 최소 요건(2년 근무)만 채우고, 지구대·파출소 또는 교통안전계 등 외근을 자원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수사 부서 근무자에 대해 인사 평정·급여·수사 연구 여건 등을 충분히 안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간부 경찰관은 "장기간 수사 부서에서 일한 직원들의 경험을 계속 활용하려면, 승진·근무지 발령 등에 이점을 줘야 한다. 급여 체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다른 경관은 "인력 충원도 충분치 않은데 업무량은 수 갑절 늘어났다"며 "수사관이 사건을 충분히 연구하고 관련 법리·판례 공부를 할 시간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책임 수사' 실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중심 책임 수사' 원년을 맞이해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회계·심리 등 분야별 전문가 특채를 확대하고 '수사 경과' 취득자 교육도 체계화한다"며 "팀장급으로 '책임수사 연구회'를 꾸려 연구 활동을 장려한다. 우수 수사팀 포상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경찰청도 관련 대책으로 ▲자기 사건 공판 참여제 ▲우수 수사지휘 모음집 배포 ▲범 수사부서 업무 분장 통일안·인사지침 재정비 ▲영장 전담판사 초청 강연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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