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시댁에"…AI방역에 설도 잊은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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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시댁에"…AI방역에 설도 잊은 그녀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1.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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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광주타임즈]윤남철 기자 =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시댁에 가 있습니다."

31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아침. 전남 나주시 남평읍 평산리 한 국도변에 설치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초소 앞은 차례를 마친 성묘객들의 차량으로 붐비고 있었다.

나주시청 여성 공무원 2명으로 이뤄진 오전 근무조가 AI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된 방역초소에서 설 연휴도 반납한 채 방역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설'이지만 방역업무로 시댁과 친정에도 갈수 없는 이 여성 공무원들은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을 아랑곳 하지 않고 연신 경광등을 흔들며 방역업무에 열중했다.

초소 당 2명씩 3교대로 24시간 근무가 이뤄지는 방역초소는 나주지역에만 모두 13곳에 이르며 하루 평균 80여명의 공무원들이 밤낮을 잊은 채 방역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이곳 남평읍 평산리 방역초소에는 인근 산포면사무소에 근무 중인 여성공무원인 노숙영(42), 박지은(36)씨가 한조를 이뤄 AI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성공무원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근무조도 여성공무원들로 만 편성된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초소 앞을 지나는 차량을 대상으로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방역약품이 희석된 물탱크 관리와 도로가 결빙되지 않게 염화칼슘 살포는 물론 방역관련 홍보활동도 함께하고 있었다.

차량이 지나칠 때 마다 희뿌연 소독약이 휘날리며 염소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지만 야물게 갖춰 입은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혹여 접촉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차량 통제에 여념이 없었다.

화순 능주가 시댁인 노숙영씨는 "AI때문에 비상이 걸려 며느리로서 시댁에 가서 해야 할 설 차례상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찾아뵙지도 못해 시댁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며 "방역초소 근무가 끝나면 AI상황실 근무가 교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설 연휴는 편히 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만 19년 차에 접어든 노씨는 "며 칠전 세지면 양계장에서 이뤄진 예방적 살처분 현장에도 참여했다"면서 "AI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현장 곳곳에서 여성공무원들이 남성공무원들 못지않게 열심히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식 콘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초소안에서 조그마한 난로 하나에 의지해 영하의 매서운 추위와 싸운다. 하루 8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 대부분을 도로변에 서서 일하다 보면 발이 퉁퉁 붓고 피로가 가중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보람은 있다.

공직에 뛰어든지 9년 차인 박씨는 "초소 밖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면 가끔 지나가는 차안에서 유리문을 내린 채 '고생하시네요'하며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감 넘치는 마을주민들이 가끔 간식도 챙겨다 주셔서 공무원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방역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밤 방역초소 앞을 지나는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차량 전면 유리창 등으로 분사되는 소독약은 물과 희석된 상태라 히터를 틀지 않은 채 시야 확보를 위해 와이퍼를 작동하면 순간 앞유리가 결빙돼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고 머뭇거리는 사이 뒤따르는 차량과 충돌할 수 있다"며 반드시 앞유리 쪽으로 히터를 미리 켜 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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