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된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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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된 신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12.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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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최수호 = 인간들은 남을 위한다며 용서, 사랑, 조언, 자비, 봉사, 희생 등등을 피력하곤 한다.

하지만 실은 이런 주장들은 대부분 자기 마음의 위안을 위한 위장술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고한 희망이 산산 조각난 것을 내뱉으면서 지리멸렬한 현실을 웅얼거리곤 한다.

이처럼 인간들은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고 자족한 미소를 머금는 세상은 그 무엇으로도 만들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존재감을 위해 억지로라도 삶의 의미와 살아야 할 이유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만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삶, 가치 있는 인생에 미련을 두기 때문에 현실을 외면한 명분을 택하는 조정을 필요로 하는 생활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들은 절망과 고통을 방치하려해도 살아남기 위해 조각난 자신을 비워내고 어떤 신념 안에서의 관점에 따른 조화로운 세상이 삶의 의미가 되게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세상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궁색하게라도 조화로워져야한다.

그리고 자기가 의도한 계산대로라면 자신의 삶에도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을 외면한 이상적인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처참한 현실을 겪을 때는 결과적으로 더 큰 절망과 고통을 만들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전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희망과 의미가 생겨난 인생을 살아가려면 혼란과 고통 속에 잠겨 애도와 체념을 배우는 인내와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환상의 터널을 벗어날 때 절망과 아픔이 묻어있는 희망과 질문과 반론이 열려있는 의미 있는 삶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논리적으로 따져 물으면 모순 같지만 내 삶이 의미 있다는 느낌과 내 삶이 의미 있는 이유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느낌이 생기려면 반드시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모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삶의 의미는 살아야할 필요조건이므로 틀려도 되지만 억지로 만들어진 삶의 이유는 생존의 문제이므로 틀려서는 안 된다.

이유가 흔들리면 의미 또한 흔들리기 때문에 삶의 의미는 이유에 대한 굳은 신념이 전제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게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하고, 다른 가능성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어떤 신념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신념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성으로 여겨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신념이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의문은 곧 삶의 의미에 대한 위협이고 진리에 대한 도전이다.

그러므로 다른 신념과의 공존은 있을 수 없으며 배타적이어서 절충이나 타협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떤 신념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사명감이 더해지면 세상 모든 일에 자기식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참견하고 강요하고 탄압하고 이기려는 싸움을 일으키고 만다.

따라서 마음이 공허한자들의 신념은 민폐를 끼치는 공해요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란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각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신념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사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각자의 신념이다.

그렇다해도 세상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정답이나 진실 같은 건 없다. 오직 해석과 믿음만 난무할 뿐이다.

그러므로 신념과 진실을 어떻게 혼동하지 않을 것인가, 신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신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잘생긴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는 진실이 아니어도 느끼는 것은 ‘진짜’인 삶에 익숙하다.

그렇다할지라도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하고, 진실을 추구해만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집착이고 미련인 아상임을 늘 잊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각자의 마음이 재구성한 것임을 자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신념과 진실을 혼동하지 않는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진정으로 성공한 행복을 누릴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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