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시원하고 푸른 광주’ 미래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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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시원하고 푸른 광주’ 미래를 그리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9.12.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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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물사랑 환경대학 대표 백기영=베를린의 첫 인상부터, 예상대로 생태환경 선진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도로 중앙분리대의 숲, 도시 곳곳의 자투리 숲공원, 인간의 편리성 개입이 전혀 없이 제멋대로(가장 나무스럽게) 자란 가로수 등이 그렇다. 베를린은 생태환경적 측면에서, 도심의 eco-belt(숲길, 물길, 바람길) 인프라가 잘 형성된 생태환경의 세계적 선진도시이다.

국내 대도시 중에서 가장 덥고 춥다는 대구광역시가 30여 년 전부터 벤처마킹으로 숲길(동성로 가로수), 물길(금호강 시내 유입), 바람길(아파트 단지 조성, 건축물 설계 제한) 등의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한 결과 많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베를린 연수를 떠나면서, 베를린의 생태환경 도시 인프라를 찬찬히 살펴보고, ‘시원하고 푸른 광주’ 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계하여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2018년 10월 이용섭광주시장님이 ‘시원하고 푸른 광주 프로젝트(3천만 그루 나무심기)’ 정책을 발표하셨다. 폭염지수, 열대야 현상, 열섬 현상, 혹서기 평균 기온 등에서 분지 지역 대구를 능가하여 가장 더운 도시라는 심각한 현상을 개선하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정책이다. 생태환경적 도시 인프라에는 여러 다양한 영역이 있겠으나, 우선 도심의 eco-belt 중심으로 베를린과 광주의 상황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1) 숲길 : 숲은 사람에게 휴식과 심신 안정과 재충전의 공간이다. 사람이 숲과 가까이 하면 편안.안락하다고 옛 선조들이 증명하였다(人+木=休). 숲길은 도시 공기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 복사열을 절감하며 시원한 시각적.심리적 효과 등 쾌적한 도시환경유지의 제일 조건이다.

베를린은 도로변 가로수는 물론이고, 도심의 빈 공간에 숲이 우거진 자투리 숲공원이 군데군데 수 없이 많다. 그 많은 숲들이 건물 높이와 비숫하게 가지치기 등 인간중심의 관리 없이 자연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 가로수가 가장 나무답게 살기 좋은 가로수 천국이다. 거기에 건물들도 대부분 5층 높이를 넘지 않는다. 높다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눈에 들러오는 도시의 풍경은 전체적으로 숲 속에 도시(건물)가 듬성듬성 끼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베를린은 숲의도시, 공원의 도시이다. 그래서 도시가 쾌적하다.

광주를 살펴보자. 무등산 가는 길목 잣고개나 사직타워에서 바라보이는 도시는 옛철길 일부, 사직공원, 광주공원, 기상대 동산, 전남대학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도시 전체가 회색 빌딩 숲이다. 최근에는 도심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 더욱 그렇다. 조망권 등이 막혀 답답하기 그지없고, 여름이면 복사열로 도심이 후끈거린다. 도심 숲 공간이 필요하다. 최근에 하남산단 1번 도로변 하남3지구에 탄소중립숲(70m×3km)이 조성되었다. 바람직한 일이다. 3천만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 일환이다. 3천만 그루 나무심기에는 공간 확보, 특히 도심의 유휴지를 찾아야 한다. 우선 급한 것이 도심 숲공간 확보이기 때문이다.

2) 물길 : 원초적으로 사람은 물에서 태어나 물과 가장 친숙한 관계이다. 따라서 물은 생명이다. 인류의 문명이 모두 물가에서 비롯되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현대도시들로 모두 강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다. 도시에 물길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베를린이 호수.운하의 도시라고 들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고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가서 살펴보니 사실이다. 슈푸레강이 베를린 중심을 흐르면서 곳곳에 운하로 연결하여 조금만 이동하면 강물과 운하를 접할 수 있는 운하의 도시이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거대한 바다 같은 호수가 경이롭다. 거기에 간선도로를 제외한 대분의 도로에는 물이 지하수로 침투할 수 있는 보도블럭을 깔아 지하수 침투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미 잊혀진 마중물 작두 펌프샘이 시내 도로변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세계에서 물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쓰는 나라 독일다운 경이로운 모습이다. 베를린이 물(호수, 운하)의 도시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광주천에는 물이 없다. 광주천의 하류와 상류의 지표고 차이가 10m 이상이기 때문에 광주천에 물을 가둬둘 수 없다. 광주천은 하루에 하수처리수 10만t, 주암호물 10만t, 영산강 물 4만t, 지표수, 기타 지류 유입수 등으로 겨우겨우 생태유지수를 확보하고 있다. 지하수도 상대적 양적.질적으로 열악하고 미흡하다. 대부분의 지류천은 복개천(지산천,서방천,용봉천,불로천 등)이다. 지하수 침투율도 매우 낮다(상무지구 지하수 불침투율이 약 70%). 도심의 유휴공간 대부분이 시멘트, 콘크리트, 대리석으로 덮여 있다(상무시민공원 광장, 광엑스포 광장, 대남로 한국은행 주변 도로변 등). 이를 모두 걷어내고 지하수 침투율이 높은 보도블럭을 깔고, 잔디와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물순환선도 도시 광주의 정책과도 맥을 같이하는 물과 숲의 순환관리 시스템이다. 인구 천만 이상 서울의 생태환경지수가 비교적 양호한 것은 한강의 충분한 수질.수량의 영향이다. 광주도 물을 확보해야 하는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3) 바람 길 : 바람은 도시의 숨통이다. 숨통(목숨)은 사람이 탁한 공기와 선한 공기를 서로 주고받는 길목(목구멍)이다. 사람도 목숨(숨통)이 막히면 죽는다. 현대도시에서 바람의 질과 양의 중요함이다. 베를린은 공기가 참 맑다. 연수기간 내내 시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목이 매케하가나 콧속이 불편하지 않았다. 필자는 습관적으로 도시에서는 마스크를 쓴다. 서울에서는 여름에도 예외 없이 그런다.

베를린은 시야도 시원하고 훤하여 조망권이 참 좋다. 5층 이상 건물 보려면 한참을 찾아도 쉽지 않다. 도로도 차도와 인도 사이가 넓고 그 널널한 공간을 숲이 차지하고 있다. 바람 길이 막힐 리 없다. 그런데도 베를린 도시 중심부에 반경 2km에 달하는 타원형 모양으로 휑하니 광활한 공간의 바람 천국이 있다. 옛 베를린 공항(Tempelhofer Feld)이다. 나치시대 건설하여, 2차대전 후, 동독의 봉쇄 섬에 갇힌 서베를린의 유일한 교통로 하늘 길을 제공하던 베를린 중요 비행장이었다. 1990년 독일 통일 후까지 비행장이던 이곳이 2008년에 폐쇄되면서 시민공원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2014년까지 집요한 정부의 개발 정책에 맞선 시민단체들의 저항운동으로 시민의 품에 안긴 시민공원(바람의 공원)이다. 한 가운데 들어서니 눈과 몸과 마음이 참으로 시원하다. 대양 한가운데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광주는 열섬현상이 가장 심한 도시이다. 통풍이 약해 도심의 복사열 기단이 광주상공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람길 확보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금 광주에서는 광주공항 및 군공항 이전 문제가 잇슈이다. 언젠가는 이전되리라고 본다. 그 곳에 대한 대안적 로드맵이 솔솔 들려온다. 개발 중심의 ‘Smart City Plan’이 그것이다. 광주에서도 베를린 공항의 꿈을 꾸어 볼 수 있을까?

베를린은 도시 재생사업을 제대로 추진한 것 같다. 수백년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의 유적이 대부분 그대로 보전되어 후세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도시 재생사업이란, 옛 것을 관리·보전하면서 새로운 item을 추가·추구하는 시스템이다(法古創新). 반면에 도시 재개발은, 옛 것은 싹 쓸어버리고 다시 건설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시스템이다. 우리의 도시 재개발의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서울이 대표적으로 도시 재개발에서 600여년의 우리 역사와 문화를 대부분 지워 버린 안타까움은 두고두고 가슴 아픈 일이다. 따라서 서울은 특징이 없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한양도성 4대문안 만이라도 옛 모습 그대로 보전하고 강남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였더라면, 서울은 오늘날 신.구가 혼합된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광주도 ‘시원하고 푸른 광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에 특별한 관심, 별구혜안(別具慧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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