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 최상용 기자=제주 4·3사건 당시 좌익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별세한 비공식 4·3희생자가 재심을 거쳐 74년여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301호 법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고(故) 한상용씨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무죄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고 한씨는 1948년 4·3 사건 당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던 중 좌익 세력인 남로당을 도왔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1950년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출소 이후에는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했고 ‘빨갱이’라는 낙인 속에 고통받으며 살다 2017년 별세했다.
4·3 사건 공식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고 한씨는 생전 술에 취할 때면 일부 가족에게만 자신이 4·3피해자라고만 밝혔다.
한씨의 아들은 생전 아버지가 밝힌 4·3 당시 고문 피해, 수사과정에서의 좌익 활동 거짓 자백 등의 내용을 토대로 2022년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검찰은 고 한씨를 4·3피해자로 볼 수 없고, 당초 실형 선고를 내렸던 당시 관할법원인 광주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이 고 한씨의 재심 관할 법원을 최초 실형 선고를 한 광주로 판단했고, 광주지법과 광주고법까지 거쳐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유족들은 뒤늦게 나마 고 한씨를 4·3 희생자로 결정해달라고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에 청구, 올해 8월 공식 인정받았다. 공식 희생자 결정이 내려지자 검찰 역시 그동안의 주장을 굽히고 한씨에 대해 재심 과정에서 뒤늦게 무죄를 구형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고 한씨처럼 4·3 공식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 가능성을 열어놓고자 비공식 희생자로서 재심 청구 취지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