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딸랑~ 딸랑~.”
‘겨울이면 제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종을 울립니다. 옆자리엔 삼각 다리에 걸린 붉은 냄비 모양의 모금 통도 함께합니다.’ 1928년 12월 15일 당시 한국 구세군에 의해 서울에 처음 등장한 자선냄비 이야기이다. 구세군은 1928년 명동에서 시작돼 한국전쟁, 외환위기, 코로나 시기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96년 동안 거리에서 사랑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나눔의 가치를 상징하는 자선냄비는 연말을 대표하는 나눔 문화 확산 운동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등장해 훈훈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종소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모금액은 늘어간다고 하니 어려울 때일수록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아름답기만 하다.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단순히 모금을 알리는 소리일 뿐만 아니라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한 해를 보내기 전에 마음을 새롭게 하라는 경종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번쯤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라는 소리로도 들린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의 차가운 바람 속,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시기가 왔다. 우리 주변에는 불우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농촌 마을에 가면 홀로 사는 독거노인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삶도 애달프다. 어떤 가정은 차마 사람이 산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달픈 삶을 영위하는 곳도 있다. 그들은 이 겨울에 몸이 춥고 마음이 싸늘하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와 정치적 혼란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지 않으면 어려운 이웃들은 홀로서기가 어렵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도 있듯이 정부의 보호 대책에만 기댈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너나없이 삶이 버거워졌기에 남에게 눈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남까지 돌보라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로 나누는 미덕은 그 사회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끼니를 굶고 추위에 떠는 이웃들을 우리가 껴안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병들고 만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가진 것을 나보다 못한 이웃에게 나누는 인정의 고리가 유기적으로 형성될 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송년회를 줄여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고 명품 구매 대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부할 때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조금 더 넉넉한 사람들이 생색 안 내고 적극적인 기부를 한다면 소외계층의 추위를 덜어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해 본다.
가면 갈수록 자신만을 알고 남의 아픔을 되돌아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이 12월에 들리는 사랑의 종소리는 단순히 모금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종소리이다. 올해 자선냄비 모금은 특별히 처음 시도하는 키오스크 모금을 비롯해 QR 모금, 간편결제 가능한 온라인 모금 등을 도입함으로써 시대에 맞춘 자선냄비로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통스러울수록 함께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잘 안다. 이제 실천이 필요할 뿐이다. 많은 금액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모두의 정성이 모이고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불우한 이웃들도 그들을 생각하는 후원자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따뜻한 올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에는 경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세군 냄비를 통해 모인 따뜻한 마음들이 힘든 겨울을 보내는 분들께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려주시는 모든 분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