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애조(Ezo)불곰 등 추운 지방 동물들은 동물원 측의 다양한 배려에도 불구, 한 낮 뜨거운 햇살이 마냥 싫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치동물원의 보배인 아기코끼리 '우리(4살·암컷)'는 강렬한 태양빛을 참기 힘든 듯 최근 수조에 머리를 들이미는 일이 잦다.
이날 오전 사육사가 긴 호스를 이용해 차가운 물을 뿌려주자 '우리'와 어미코끼리 '봉이(16살)'는 긴 코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냉수 샤워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바닥에 누운채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잊으려 애쓰기도 했다.
'우리'의 엄마 '봉이'는 라오스에서 태어나 5살에 한국에 왔다. '우리'는 '봉이'가 지난 2010년 6월 국내 최초로 자연분만에 성공해 낳은 아기코끼리다.
동물원 측은 지난해 여름 코끼리 모녀가 폭염에 견딜 수 있도록 2칸짜리 수조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코끼리는 국제야생동물멸종위기종 1급으로 동물원내에서도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가마솥더위는 맹수의 제왕 호랑이와 사자도 얌전한 고양이(?)로 변모시켰다.
백두산호랑이라 불리는 시베리아호랑이는 만사가 귀찮은 듯 그늘에 축 늘어져 있었다. '백수의 왕' 사자도 암·수컷 할 것 없이 배를 하늘로 향한 채 꿈쩍하지 않았다.
일본 후카이도가 고향인 애조 불곰은 이틀에 한 번 씩 여름철 특식을 제공받는다. 당근과 사과·토마토가 들어 있는 커다란 얼음덩어리 이른바 얼음과자를 주고 있는 것.
추운 지방에서 살던터라 더위에 약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얼음과자와 함께 무더위 속 갈증을 풀어준다.
동물원의 귀염둥이 펭귄 6마리도 시원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에어컨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극지방의 한기(寒氣)와 비교할 바 아니지만 펭귄들에게 이 에어컨은 무더위가 불러 온 후텁지근함을 떨쳐 낼 수 있는 냉기로 작용하고 있다.
우치동물원의 한 관계자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동물들도 지치긴 마찬가지다"며 "무더위에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면 체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12시 현재 광주지역 기온은 31도를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