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호가 탄생할까?
광주 북구는 18일 오후 문화재청 관계자 및 문화재 위원 6명이 충효동 환벽당을 찾아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지정을 위한 현지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 중요문화재이다. 그 종류로는 국보·보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중요무형문화재·중요민속문화재 등 7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북구의 자료에 따르면 환벽당은 지난 1972년 광주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됐다. 조선 중기의 문신 김윤제(1501∼1572년)가 후학을 가르치던 정자로 광주호의 상류 증암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1540년대 초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 환벽당은 비스듬한 비탈에 자연석 축대를 쌓고 지은 남동향 건물이다. 정면 3칸·측면 2칸 규모로 동쪽 2칸은 마루로, 서쪽 2칸은 방이며 그 앞에 반 칸짜리 툇마루가 깔려 있다. 원래는 정각 형태였는데 후대에 중건할 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집 마루에서는 남쪽의 무등산과 창계천이 잘 내려다 보인다. 원래 푸른 대숲에 둘러싸여 있어 환벽당이라고 지칭했는데 현재 대숲은 없고 집 뒤 비탈과 양쪽 축대 아래의 커다란 배롱나무가 인상적이다.
환벽당을 창건한 김윤제의 자(字)는 공로(恭老)·호는 사촌(沙村)이며 충효리에서 태어났다. 중종 때 문과에 급제한 뒤 홍문관 교리를 거쳐 나주 목사를 지내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인 충효리로 돌아왔다. 환벽당은 그가 집 뒤에 지은 별당이다.
이 곳은 송강 정철이 27세로 과거에 급제하기까지 10여 년 동안 머물면서 공부했던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 때문에 주변 송강정·식영정과 함께 정송강 유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가(가사)문화권의 좌장역할과 함께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선구자로 알려진 송순(1493~1582)은 소쇄원과 식영정·환벽당을 일컬어 '일동삼승칭지'(一洞三勝稱之·한 동네에 3곳의 명승이 있다)라 지칭하기도 했다.
창계천을 사이에 두고 삼각형태를 이루고 있는 3곳 중 식영정과 소쇄원은 행정구역상 전남 담양에 속한다. 아울러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반면 광주 북구 충효동에 위치해 있는 환벽당은 시 기념물로만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환벽당이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 명승으로 지정될 경우 광주에서는 첫 명승으로 기록된다. 특히 주변 가사문학권과 무등산국립공원, 수려한 산수 등과 어울려 광주를 대표하는 명승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북구의 한 관계자는 "환벽당은 경관이 아름다운 무등산 원효계곡의 계류 옆에 자리한 정자로써 역사적· 인물사적 배경 등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큰 곳"이라며 "명승으로 지정될 경우 지역의 위상이 한 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벽당 주변에 식재돼 있는 '충효동 왕버들군(수령 430년 추정)'도 지난해 10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