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사고기에 남겨진 원인규명 단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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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사고기에 남겨진 원인규명 단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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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1.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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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 기정사실화, 엔진에 어떤 영향?
동체 착륙 감행…랜딩기어 왜 못 내렸을까
사고 당시 비행기록장치에는 어떤 내용이
지난 3일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여객기 엔진부분을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여객기 엔진부분을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179명이 숨진 국내 최악의 항공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자 국토교통부 등 당국이 사고 여객기 핵심 부품들을 수거,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한미(韓美) 합동조사단(조사단)은 참사 사흘 째인 지난해 12월31일부터 연일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조사단은 이달 2일부터 사흘 사이 여객기가 충돌했던 콘크리트 둔덕에서 양쪽 날개 엔진을 발견해 인양한데 이어 착륙 바퀴(랜딩 기어)와 날개 등을 차례로 수거했다.

조사단은 수거한 기체 부품을 토대로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선다.

■ 조류 충돌은 기정사실화…엔진에 어떤 영향 줬나

조사단은 우선 기장과 관제탑 사이 교신 기록에서 확인한 조류 충돌 사고부터 들어다 볼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 기장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8시57분 무안국제공항 01번 활주로 착륙을 허가받은 직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 주의 조언을 받았다.

조언 직후 여객기 오른쪽 엔진에 불꽃과 연기가 나자 8시59분 관제탑에 '조류 충돌에 의한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목격자 촬영 영상에서는 사고 직전 비행 중인 여객기 엔진으로 조류가 빨려 들어가 '펑', '펑' 소리와 함께 화염이 솟구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조류 충돌에 의한 엔진 이상이 이번 사고의 첫 번째 요인으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주변에 진입하기 전 이미 새떼를 만났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를 토대로 이미 엔진 두 쪽이 모두 조류 충돌로 추진 기능을 상실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 착륙만 했더라면…랜딩기어 왜 못 펼쳤나

엔진 불능으로 자체 추력으로 상공 위에서 더 날 수 없었던 사고기는 2차 착륙을 시도하지만 이번에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다.

랜딩 기어는 기체가 활주로 노면 위에 닿는 접지(터치 다운) 순간, 고도 하강에 따른 지면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다른 감속 장치(플랩·스포일러)와 함께 접지 이후 제동거리를 좌우하는 그야말로 항공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부 중 하나다.

그러나 사고 여객기는 랜딩 기어가 펴지지 않으면서 활주로 위로 동체 착륙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일각에선 엔진 작동 불능 상태가 기체 유압 계통에 영향을 미쳐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토부는 엔진이 고장 난 상황과 펼쳐지지 않은 랜딩기어는 일반적으로 인과관계가 크지 않다면서도, 양쪽 엔진이 모두 불능 상태가 됐다면 유압계통 이상으로 랜딩기어도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나아가 랜딩 기어는 유사시 수동으로도 펼칠 수 있는데 이 때 조종사들이 관련 장치 조작 행위를 하는데 통상 2~5분 가량이 걸린다.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고 당초 허가 받은 활주로까지 선회도 할 수 없었던 급박한 상황에서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펼칠 절대적 시간이 없었다는 가설도 검증해 봐야 한다.

결국 동체 착륙이 불가피했던 기체는 활주로를 벗어나 251m 바깥 로컬라이저(LLZ)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 폭발로 인명피해가 대폭 커졌다는 분석이다.

◆유압계통 문제일까…감속 장치마저 불능, 이유는

사고기는 착륙 시 날개의 양력을 증가시키고 감속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치인 '플랩' 등이 펴지 않아 빠른 속도로 활주로에 다다랐다.

접지·착륙한 이후에는 '스포일러'가 펴지지 않아 마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활주로 안에서 제동에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기체는 많은 양력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날개 플랩, 스포일러 등 비행제어 체계에 다중 장치를 채용하고 있다. 때문에 기본 제어 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해도 조종사가 다른 방법으로 수동 조작할 수 있다.

플랩과 스포일러 등 감속 제동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압계 이상이나 전원 셧다운 가능성이 점쳐진다.

엔진이 이미 꺼져 있어 엔진 역추진('리버스 파워')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감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동거리 단축이 어려웠다는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동체 착륙 시 주요 감속장치가 작동을 안 한 이유가 유압 계통의 문제인지, 기체 정비 불량 또는 부속 결함 문제도 작용한 것인지는 조사단이 들여다볼 또 다른 대목이다.

■ 사고 당시 비행기록장치에는 어떤 내용이

사고 여객기와 관제탑이 교신 음성 기록·비행기록 등도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핵심 단서로 꼽힌다. 조류 충돌에 의한 메이데이 선언 이후 여객기 내 시간은 급박하게 흘렀다.

기장은 사고 당일 관제탑에 메이데이를 선언한 이후 복행(기체를 띄워 선회한 뒤 원래 내리고자 했던 활주로로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1분 뒤인 9시께 사고기는 상공에서 8자를 그린 뒤 9시1분 반대편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기체가 당초 활주로 방향대로 선회해 2차 착륙을 시도할 수 없었던 만큼 긴박했던 당시 상황에서 기체 조종 상태와 기능 작동 여부가 어땠는지는 음성 교신·비행 기록을 통해 상당 부분 밝혀질 수 있다.

조사단은 정확한 사고 직전 상황이 담겨 있을 기체 블랙박스인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을 수거, 분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VR은 녹취록 작성까지 마쳤으나 연결부 손상으로 자료 추출이 어려운 FDR은 현재 미국으로 보내져 분석을 앞두고 있다.

사조위는 현재 항공사고 조사 총 12단계 중 현장 조사에서 자료·기체 잔해를 수집하고 공식 조사단을 꾸리는 4단계를 밟고 있다.

최종보고서가 나오기까지 국토부는 최단 6개월에서 최장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만으로 비상 착륙하려다 활주로 밖 LLZ 콘크리트 둔덕을 정면충돌하고 폭발했다.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이번 참사는 1993년 7월26일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44명 부상)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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