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땅서 배우는 우리말…“스바시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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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땅서 배우는 우리말…“스바시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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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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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서 고려인 대상 한글 강의 열기
우크라 전쟁 피난민 20여 명, 자음·모음 받아쓰기
“한글은 정체성 잃을 뻔 한 고려인들 일으킨 불씨”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 고려인들이 한글 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 고려인들이 한글 수업을 듣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 “스바시바, 감사합니다”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마을 중심부 고려인문화센터 지하에 마련된 교육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한글 자음과 모음을 받아쓰는 열기로 가득했다.

순서에 따라 획을 그으라는 강사의 말에 고려인들은 “하나 둘, 하나 둘”을 외치면서 빈 칸 속 ‘ㅏ’와 ‘ㅑ’를 채워나갔다.

서툰 손글씨로 속도를 내 빈칸을 모두 채운 한 고려인은 뿌듯한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입 속 혀의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내용에는 저마다 입술을 벙긋거리며 자음과 모음을 읊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글을 읊는 모습은 흡사 전래동화 속 서당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이날 모인 고려인 20여 명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최근 한국으로 입국한 사람들이다.

최근 장기 체류 문제가 대부분 해결돼 조상의 땅 대한민국을 새로운 둥지로 삼게 되면서 한글을 배울 필요가 떠올랐다. 고려인마을은 이같은 수요에 휴일을 제외한 매일 한글 수업을 펼치고 있다. 수강생 수만 100여명에 이른다.

터전을 옮기며 핍박받던 시절 중국어와 러시아어를 배워온 고려인들에게 한글은 자칫 잃어버릴 뻔한 정체성을 되찾게 해준 언어다.

과거 고려인들은 1900년대 초반부터 한반도에서 만주로, 만주에서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로 옮겨다니며 지역별 언어를 배워왔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지거나 때로는 홀로서기 할 필요가 생기면서 불가피하게 배워온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잠깐 배운 러시아어 등은 타국에 정착해 세대를 거듭하면서 고착화됐다.

고려인들은 이처럼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서도 가정에서 ‘고려말’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받아온 한글을 잊지 않았다. 어릴적 배운 한글의 억양만큼은 뇌리에 고스란히 남았다.

삶의 터전이었던 우크라이나를 두고 왔지만 한글을 배우는 얼굴에는 사뭇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중국어와 러시아어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웠던 언어였다면, 한글은 조상의 땅에서 걱정없이 배울 수 있는 진정 모국어인 셈이다.

고려인들은 한글을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언어가 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한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집에서는 고려말을 쓰고 밖에서는 러시아어를 쓰다보니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입국한 한국에서 듣게된 한국말이 과거 알아온 고려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국에 대한 정체성이 살아나는 순간”이라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언어는 그 나라의 정체성이자 민족의 정체성이다. 한글은 정체성을 잃을 뻔 한 고려인들을 일으켜준 불씨”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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