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후손 외면…언제까지 떠돌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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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 후손 외면…언제까지 떠돌아야 하나요”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4.10.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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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새날학교, 연구 논문 3차례나 세계적 학술지에 등재돼
이천영 교장, 고려인 신조야 대표 만난 후 새날학교 설립 결심
고려인마을 한국 국적자 없어…안정된 직업이라도 갖게 해야
광주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씨.
광주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씨.

[광주타임즈] 최현웅 기자=“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독립투사의 후손들이 불법체류자가 돼 조국에서마저 외면받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07년 광산구 평동주민센터에서 광주에 사는 다문화가족의 교육과 복지를 도모할 목적으로 출발한 광주새날학교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교육공동체의 표본이 됐지만 지역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삶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이들의 자립을 돕고 저마다 능력을 이 사회 안에서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광주새날학교에 관한 연구 논문이 지난달 세계적인 학술지에 등재됐다.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번 논문은 광주 새날학교 교육과 철학에 관한 논문으로 SCI·Scopus 최상위 등급(Q1) 유럽교육 국제학술지 Journal of Education Culture and Society 9월호에 등재됐다.

고려인마을 관련 논문이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에 등재된 것은 지난 5월 SCI 국제저널 등재에 이어 7월 국제학술전문지 스코퍼스(SCOPUS)급 저널인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23권 1호에 실린 ‘고려인마을 지도자들의 리더쉽 연구’에 이은 세 번째 성과다.

연구자는 광신대학교 박용호 교수(경건신학연구소), 김강현 교수(실천신학), 정무진 교수(교회사학), 김호욱 교수(교회사학), 정준기 명예교수(경건신학연구소) 등 5명이다.

새날학교 야외행사.
새날학교 야외행사

연구자들은 새날학교의 교육과정과 업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효과적인 다문화 교육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교직원들의 탁월한 리더십과 교육철학 덕분이며 이는 한국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교육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 귀환 고려인동포 자녀들과 중도입국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교육에서 눈에 띄는 혁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등재된 논문은 새날학교 교직원들과 힘을 모아 이룩한 소중한 업적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학술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무료로 논문을 다운 받아 읽어 주길 바란다”며 “이는 얼마나 많이 인용되고 읽히는가에 따라 차후 논문 제출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새날학교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이천영(66) 교장의 피와 땀이 녹아있다.

어린시절 가난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만 했던 뼈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이 교장은 광산구 일대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중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노동권익을 위해 활동했다. 그러다 2002년 현재 고려인마을 대표인 신조야 씨를 만나면서 고려인 동포들의 삶을 접하게 됐고 이들을 돕기 위해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날학교 행사 모습.
새날학교 행사 모습.

새날학교는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려인을 포함해 지금껏 수 백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이들의 국적은 여전히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 대부분의 고려인들 국적은 중앙아시아다. 한국에서 자라고 십 수년을 살고 있어도 이들이 한국국적을 취득하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내국인도 어렵다는 한국어 귀화시험도 까다롭지만 재산과 직업 등 심사절차가 이들의 국적 취득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는 현재 7000여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지만 이 중 한국인 국적을 가진 사람은 신조야 마을대표 빼고는 아무도 없다.

이에 이천영 교장은 수차례 국회의원들을 찾아 고려인들의 국적회복을 요청했지만 관련 법안은 번번히 무산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강력범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조선족에 대한 국민들의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와 함께 고려인들만 국적을 회복해 줄 수 없다는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와 함께 투표권을 가진 해외동포와 달리 국내에 수십년을 살고 있음에도 투표권이 없는 고려인을 굳이 애써서 챙겨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부모의 나라 한국에서 한국사람과 섞여 살고 있지만 한국사람이 될 수 없는 고려인들은 직업도 단순노무직 등에 그친다. 직업의 제한을 받으니 맘대로 돈도 벌 수 없고 이러한 가난은 또다시 고려인 2세, 3세에 대물림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천영 교장은 “이제라도 이들 고려인들이 이 사회에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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