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과 ‘교권(敎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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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과 ‘교권(敎權)’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5.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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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시다/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15일)이면 의례 불려지던‘스승의 날’ 노래가 이제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교육 당국은 스승의 날만 다가오면 마치 연례행사처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를 엄단하겠다는 ‘협박성 공문’을 살포해 교사들의 자부심과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신문과 방송은 많고 많은 날 중 스승의 날을 골라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는 학교, 그 속에서 신음하는 학부모의 고충을 대서특필했다. 또 “요즘 시대에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만 있을 뿐 스승이 없다.”라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당연히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싫을 것이다. 스승의 날 폐지 찬반 투표를 하면 아마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폐지되고 말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선택 대신 이러한 혼란과 갈등의 근원이 무엇인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런 날이 만들어진 취지가 있을 것이고, 그 취지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살려야 할 것이고, 왜곡됐다면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제정된 목적은 평소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스승들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제자들은 이날 스승을 찾아가 뵙거나 아니면 안부 편지를 보내는 등 평소 존경하는 마음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별도의 행사를 통해 스승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은혜와 참된 가르침의 뜻을 기렸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생들이 진정 감사의 뜻으로 종이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선생님께 달아드릴 수가 없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음료수 한 캔만 드려도 위법이다. 2016년 9월 28일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삭막해진 ‘스승의 날’ 모습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취지나 목적은 국민 모두가 이해는 하고 있으며 그늘지지 않은 깨끗한 교육 현장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깨닫고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체험과 교육의 기회마저 외면당한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꽃 한 송이조차 법에 따라 금지되는 삭막함을 배운다는 것이 못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녀 지도에 대한 학부모 항의나 반발에 의한 무모한 민원도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교사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교권 추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후 사실상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통제 수단이 거의 없어져 수업권마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사들은 학생·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를 우려해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들 한다. 이처럼 온통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관련 법, 더 나아가 교사 자체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발언들은 교권 추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때 최고 인기 직종 중 하나였던 교직은 현재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교권 추락, 체벌 금지로 인한 수업 분위기 침체, 학부모들의 과도한 간섭 등으로 인기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교사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존심까지 짓밟히는데 누가 교단에 남고 싶어 하겠는가. 

따라서 최근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는 교원들이 늘고 있다. 정년 이전에 교단을 포기하는 교사가 느는 것은 교권 침해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이로 인한 교사의 자존심 상실과 정신적 고통이 가장 큰 요인이리라.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학생을 교육하는 교권이 추락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의 날도 그 의미를 되살려 예로부터 이어져 온 아름다운 전통인 사은의 문화가 더욱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 당국은“스승의 날이 고통스럽다. 폐지해 달라”는 일선 교사들의 깊은 심정을 헤아려 ‘스승의 날’의 진정한 뜻이 바로 서고, 교권이 확립돼 교사와 학교를 존중하는 문화가 시급히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선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교권이 보장될 때 학생 다수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자,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 교육! 

대한민국의 미래가 교육에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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