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分數)에 맞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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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分數)에 맞게 살자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2.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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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실내마스크 의무착용 해제로 국내 주요 백화점의 화장품과 패션 매출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시간 동안 마스크는 ‘방역’ 목적을 넘어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가드’의 역할로 자리 잡았다. 불편한 상대에게는 자신의 표정과 감정을 숨기고,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용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질병의 차단 뿐만 아니라 관계의 선택적 차단을 할 수 있게 해준 마스크를 벗으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질병의 시대를 상징하던 마스크를 벗으면서 그동안 마스크 속에 숨어 중단됐던 많은 것들이 되살아나고 늘어 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축됐던 근무 시간의 정상화, 마스크를 벗으며 증가하는 대면 활동 등은 정상적인 우리의 생활 모습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습을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마스크 뒤에서 개인 이기주의를 키워가던 사람들. 그리고 코로나라는 핑계로 자신의 안위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의 행동들이 마스크를 벗으며 일상생활로 복귀한다더라도 쉽게 변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의 종말을 말해주는 마스크 착용이 해제됨에도 업무 정상화를 반대하는 노조들로 인해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은행들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던 고질적인 외화내허병(外華內虛病)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겉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속은 비고 허황한 한 마디로 ‘속 빈 강정’ 병.  이것은 우리의 사회병이요, 생활의 병이요, 성격의 병이요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실 사회와 생활은 점점 외화주의(外華主義)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겉이 자꾸만 화려해진다. 크고 화려한 건물이 선다. 여성의 옷과 얼굴이 자꾸만 화려해진다. 거리의 쇼윈도가 화려해지고, 방안의 장식과 가구들이 화려해진다. 

젊은 여성들의 액서서리가 화려해진다. 빛나는 것이라고 다 금은 아닐진데….

겉은 화려해 지지만 우리의 속은 자꾸만 비고 점점 허(虛)해진다. 우리의 속이 알차고 충실하고 힘이 있고 실속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민족적으로도 그렇다. 우린 내허(內虛)를 외화(外華)로써 카무플라주(Camouflage)하고 있다. 겉이 화려할수록 속이 비기 쉽다. 우리는 겉을 화려하게 꾸미기에 바쁘고 진정 속을 알차게 가꾸려고 하지 않는다. 인생은 외부 장식보다도 내부 충실이 더 중요하다. 옷의 세탁에 앞서서 마음의 세탁을 힘써야 한다. 얼굴을 아름답게 가꾸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인품과 성격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

영혼(靈魂)의 세탁과 마음의 단장을 힘써야 한다. 분에 넘치는 사치와 허영과 낭비와 향락은 망국적풍조(亡國的風潮)로 우리 민족의 건전한 생명을 나날이 깊숙하게 좀먹어 들어갈 것이다.

인생은 먹고 마시고 놀고 춤추는 향락의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허망한 유물적 향락주의(唯物的享樂主義)의 인생관이 우리의 사회풍토를 멍들어가게 하고, 인간의 말초신경만을 흥분 자극시키는 불건강한 감각주의의 현대병이 우리의 생활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견실하고 또 소박하고 청신하고 강건한 정신기풍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기 쉽다.

착실(着實) 대신에 부허(浮虛)가, 건전 대신에 경박(輕薄)이, 검소 대신에 허영이, 근면 대신에 나태가, 생산 대신에 소비가, 저축 대신에 낭비가 창궐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생활과 사회는 내적 충실(內的充實)보다도 외적 장식(外的裝飾)이 앞선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대 혼돈의 시기는 끝났다. 더 이상 자산 가격이 상승하며 노동의 가치가 퇴색되던 시기도 지나갔다. 우리는 생산사회의 근검한 기풍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생명의 조각가이다. 인생은 진보와 향상을 향해서 부단히 자기를 개조하고 조각해 가는 생활이다. 분수에 맞는 생활은 욕됨이 없고, 마음이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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