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상태바
인연(因緣)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1.31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새해의 들뜬 기분으로 여러 가지 다짐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이 지나 2월이다.

영겁(永劫)을 두고 뜨고 지는 태양이건만 새해 아침에 맞이하는 태양의 햇살은 한결 새로워 보이고 희망차 보인다.

따라서 새해 아침에는 늘 그러하듯 새해 소망을 빌며 많은 결심을 하게 된다. 

소망한다고 다 이뤄지지 않으며, 결심한다고 해서 다 지켜지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소망을 빌고 많은 다짐을 해 보곤 한다.

필자의 새해 소망은 ‘좋은 인연(因緣)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인연이라는 건 다양한 감정을 주는 복합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나 사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나 행복이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슬픔이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등등... 여러가지 감정에 따라서 찾게 되는 사람이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인연(因緣)이란 참 묘한 것으로 어렵다고 하면 한없이 어렵고 쉽다고 하면 너무 쉬워서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도 같다.

또한 인연이란 말처럼 불분명하고 무책임한 어휘도 없는 것 같다. 잘돼도 인연, 못돼도 인연, 도처에 인연 타령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실 인연의 멍에처럼 깊고 넓은 그물은 없는성 싶다.

사람 사이에 연 하나로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건 아마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분명 사람에게서 받게 되는 영향력은 대단하며 특히나 나이가 어릴수록 이러한 영향력을 크게 받게 된다.

어른들이 어릴 때부터 사람 사귀는 것에 있어서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법정스님께서는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을 구분해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다양하고도 복잡한 인연에 있어서 상처받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소중한 인연에 대해서 한 번쯤은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은 신뢰의 인연을 심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스치고 지나치는 인연을 소중한 줄 모르고, 무책임한 자기 도피와 기회주의로 우리 시대의 공기를 암울(暗鬱)하게 물들여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거짓말을 본의 아니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거짓말도 자꾸 하다 보면 는다고 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재미로 가볍게 시작했으나 거듭하다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는 중병을 앓아 악연을 심기도 한다.

착한 인연을 심지 못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참담한 심경은 겪은 사람 아니고는 알수가 없다.

진실한 말과 글, 여법(如法)한 행동이야말로 성실한 사회를 이루는 첩경이 된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인연의 멍에를 벗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만남의 인연을 아름답게 가꿀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웃·가족·친지·물건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을 심고 가꾸고 있는 것일까?

올 한 해에는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고맙게 여길 줄 아는 마음씨를 심으리라. 

만나는 물건들은 아끼고 소중히 여기리라. 

어쩌다 마주친 순간의 인연을 값진 열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리라.

2월 첫째 날! 

새해의 다짐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