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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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1.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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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서로 사귀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이다.

연정(戀情)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도 말며, 자녀를 괴롭히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애착은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홀로 행하며,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있지 않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총명하고 예의 바르고 어진 동반자로 벗을 삼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러한 동반자를 벗으로 사귈 수 없다면, 마치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가는 왕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 『무소의 뿔 경』 전체를 읽어본 적이 없더라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이 구절은 독립, 자유, 결단, 마이 웨이와 같은 이미지와 결부된다. 

지리멸렬한 현실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라, 이런저런 주위의 시선과 기대 따위 훌훌 털어 버리고 네 식대로 살아도 좋다는 희망과 위로를 주는 선언으로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 제 살길 외에는 관심 없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얽히고설켜서 잘 사는 방법을 찾아도 모자랄 판인데 불교마저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과 맥락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이해들은 다소간 오해일 수도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홀로서기를 감행하라,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제 갈 길 가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라, 라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쫓지 말고 다른 삶의 방식을 찾으라는 붓다의 선언으로, 또 뉴 노멀(New Normal)이니 뭐니 말은 많지만 여전히 욕망을 키우는 것에 올인하는 일방통행로를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붓다의 메시지로 이해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하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내 욕망에 충실하겠다는 자유선언’이나 ‘홀로서기의 행복’이나 ‘마이 웨이’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욕망을 버리는 자유’와 ‘어질고 현명한 벗과 함께하는 삶’과 ‘치열한 정진’에 대한 독려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아름다운 비유적 문장 속에서 빛나는 붓다의 철학은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두려움 없는 사자가 돼야 하고 무언가에 미혹되지 않는 자유로운 바람이 돼야 하며, 혼탁한 세상 속에서 자기중심을 지키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연꽃이 돼야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내면의 힘으로 깨달음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

욕망과 쾌락의 시대, 과학기술의 시대에 마음의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길,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흘러간 세월에 연연하지 말고, 사소한 걱정에도 휩쓸리지도 말고, 잠시 스칠 인연에 상처 받지도 말고, 사랑을 하되 집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가며 한 뼘 더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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