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학동 참사 처벌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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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학동 참사 처벌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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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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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 철거 공정·총체적 감독 부재 따른 참사’ 수사 결론
총 26명 송치…참사 원인 과실 놓고 원·하청 책임 공방 ‘지속’
HDC 행정처분, 과징금 변경·집행정지…‘솜방망이’ 그칠 위기
지난해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경찰 수사를 통해 총체적 안전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로 드러났지만 1년째 처벌은 더디기만 하다.

법정에 선 원청·하도급 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책임자들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펼치고 있고, 원청 HDC현대산업개발(HDC)에 대한 행정 처분 역시 ‘솜방망이’에 그칠 위기다.

6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정비 사업 구역 내에서 철거 도중 무너진 5층 건물이 주변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기사 등 8명이 다쳤다.

참사 직후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토대로, ‘주먹구구’ 철거 공정과 총체적 안전 감독 부재 등으로 인한 참사로 잠정 결론 내렸다.

사전 검토와 철거 계획서 준수 없이 수평 하중(건물 뒤쪽에서 도로 방향으로 미는 힘)을 감안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철거 공정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감리와 원청 HDC·하도급 업체 안전 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직접적인 사고 과실 책임이 드러난 8명(5명 구속)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감리 지정 절차와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공무원 1명도 검찰로 넘겼다.

무리한 철거 공정과 불법 재하도급을 초래한 재개발 사업 전반의 비위도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이면 계약을 거치면서 철거 공사비가 3.3m²당 28만 원→10만 원→4만 원까지 크게 줄면서, 날림 공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정별 계약 담합·입찰 방해 등 각종 비위에 연루된 조합 관계자, 정비사업 관련 브로커, 전직 HDC 임원, 하도급 업체 관계자 등도 입건해 차례로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이후 붕괴 참사 관련 재판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참사 관련 직접 과실 책임자로 꼽히는 7명에 대한 재판은 각기 진행되다가 검찰의 요청으로 지난해 9월부터 병합됐다.

원청 HDC 현장소장 서모(57)씨·공무부장 노모(57)씨·안전부장 김모(56)씨, 하청사 ‘한솔’ 강모(28)씨, 재하청사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감리 차모(59·여)씨 등 7명이다.

이들은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해 6월 9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여 차례 재판이 열렸으나, 책임 떠넘기기 공방 등이 펼쳐지며 지연되는 모양새다.

HDC 현장소장은 “원청에는 부실 공사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하청·불법 재하청 업체 측은 원청이 주도했다고 맞서며, 공사 관련 자료를 폐기·조작했다는 논리를 폈다.

여기에 HDC 측은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조사한 붕괴 원인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추가 감정을 신청하며 책임을 적극 부인했다.

재판부는 신청을 기각했으나, 구조 역학 전문가의 붕괴 원인 분석 결과를 제출하면 다음 공판에서 참고하겠다고 했다.

참사의 근본 배경으로 작용한 불법 재하도급 계약 비위 관련 재판에선 첫 실형 선고가 나왔다.

부정처사 후 수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브로커 이모(62)씨는 지난 4월 7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추징금 2억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이씨와 공모한 브로커 문흥식(62)씨 등을 비롯한 또 다른 계약 비위자는 관련 재판을 받고 있거나 기소를 앞두고 있다.

원청 현대산업개발(HDC)에 대한 행정 처분 역시 후퇴하거나 미뤄지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학동 참사와 관련해 HDC에 ‘부실시공’과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으로 각각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 관련 영업정지는 4억623만4000원 과징금 부과로 변경됐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근거한 HDC의 처분 변경 요청에 따른 것이다. 연 매출 1조 원에 육박하는 HDC로선 그야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부실시공 관련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은 HDC의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효력이 멈췄다. 재판에서 부실시공 관련 책임이 가려진 후에야 처분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참사 직후 전면 중단됐으나, 관할 지자체는 지난 3월 안전 감독 체계 보완 등 4대 조건을 전제로 해체 공사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그러나 HDC와 재개발조합이 사업 재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해체 공사 재개 시점 등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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