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재 허백련 동상 앞에 친일파 단죄문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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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재 허백련 동상 앞에 친일파 단죄문 ‘눈살’
  • /박선미 기자
  • 승인 2022.05.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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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옆 서정주 시비 앞에 단죄문, 시각적으로 혼선
시민, 유족 등 반발…광주시 “단죄문 이설 등 검토”
의재 허백련 동상 앞에 친일파 단죄문.				      /광주시 제공
의재 허백련 동상 앞에 친일파 단죄문. /광주시 제공

 

[광주타임즈]박선미 기자=한국화 대가인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6) 선생의 동상 앞에 친일파 단죄문이 설치돼 시각적으로 혼선을 빚는 등 논란이 일자 광주시가 단죄문 이설을 검토하고 나섰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의재 선생의 동상은 당초 동구 학동 의재 창작스튜디오(옛 연진미술관)에 설치돼 있던 것을 지난 2010년 시의 요청으로 동구 학동삼거리로 옮겨졌다.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상징물로 삼자는 취지로, 의재 선생을 기리는 도로인 ‘의재로’(학동삼거리~증심사, 3.7㎞) 초입으로 옮기면 어떻겠느냐는 시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이설이 이뤄졌다. 인근엔 아담한 소공원도 조성됐다.

동상 앞에는 의재 선생의 업적을 기린 시비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설 11년 만인 지난해 동상 앞에 친일파 단죄문이 설치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동상에 남긴 비문 ‘의재도인 동상명’의 작성자가 다름 아닌 친일 반민족 행위자인 미당 서정주고,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로 분류되면서 시비 앞에 단죄문이 설치됐는데, 의재 선생의 동상과 시각적으로 겹치면서 “누가 친일파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다.

인근 주민들은 “단죄문이 도시철도 출구 바로 앞에 세워져 마치 의재 선생의 동상을 ‘서정주 동상’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유족들도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동상 이설과 단죄문 설치를 주도한 광주시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내부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시는 “가장 큰 문제인 단죄문의 위치를 옮기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시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2017년부터 친일잔재 조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중이다. 단죄문은 2019년부터 설치에 들어갔다. 가네보방적·김용주 단죄문을 비롯, 광주향교 비각 중건기, 서정주 비문, 광주경찰서 옛터, 사월산 지하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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